제주도 ‘재선충병과의 전쟁’···헛구호 그치나

제주시 오라동 민오름 베어낸 고사목 방치
이동·파쇄 제때 이뤄지지 않을 땐 효과 의문

2013-11-13     김동은 기자

[제주매일 김동은 기자] 제주도가 ‘소나무 재선충병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공무원은 물론 군부대, 자생단체 등의 지원을 받아 고사목 제거에 나서고 있지만 결국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베어낸 고사목에 대한 방제 작업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재선충병이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지난 9월 소나무 재선충병과의 전쟁을 선포, 내년 4월까지 고사목을 전량 제거할 방침을 세우고 고사목 제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재선충병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가 성충이 되는 4월부터 감염목에서 탈출해 건강한 소나무에 재선충병을 전파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베어낸 고사목을 제때 처리하지 않으면 재선충병이 급속도로 확산될 수 있어 신속하게 훈증 처리하거나 소각 또는 파쇄해야 한다.

제주도는 기존의 훈증과 소각 처리가 제주 실정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고사목 전량 이동·파쇄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파쇄 산물은 내년에 서귀포시 지역에 들어서는 열병합발전소에 연료로 사용할 계획이다.

그런데 베어낸 고사목에 대한 이동·파쇄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재선충병이 확산될 우려를 낳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13일 오전 제주시 오라동 민오름 현장을 확인한 결과 산책로 주변에 재선충병에 감염된 고사목들이 잘려 나간 채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그런가 하면 오름 비탈면에도 잘려 나간 고사목들이 여기저기 방치돼 있었다. 고사목들은 잘려 나간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난 것으로 추정됐다.

주민 양모(43·여)씨는 “잘려 나간 고사목들이 며칠 째 아무렇게나 방치돼 있다”며 “고사목을 잘라 놓고 정작 뒤처리를 미루면서 어떻게 재선충병 확산을 막겠다는 건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베어낸 고사목에 대한 방제 작업이 당일 처리되지 않는 등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재선충병 확산을 막기 위한 그간의 노력들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각종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아 작업장을 분리한 상태에서 제거와 방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며 “베어낸 고사목은 일주일 정도 쌓아둘 수 있지만 그 이상 쌓아두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