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 받는 ‘濟大총장 간접 선거’

2013-11-12     제주매일

국립 제주대학교가 ‘총장 간접 선거’와 관련,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니 부끄럽고 또 부끄러운 일이다.
그렇잖아도 6명의 후보가 출마한 이번 제주대학교 총장 간접선거를 지켜보고 있는 도민들은 과거 직선(直選) 때나 마찬가지로 과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었다.
이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후보 중의 한 사람인 허향진 현 총장이 선거와 관련, 이메일과 SNS(소셜네투워크서비스) 메시지를 통해 자신의 명예가 훼손당했다며 고소장을 냈고, 경찰이 즉각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문제의 SNS 메시지와 이메일 내용은 “2010년 10월 검찰이 다른 사건으로 허향진 총장이 원장으로 있던 제주발전 연구원장실을 압수수색하던 중 수천만원 상당의 상품권이 발견 됐다”며 “당시는 대학 총장 출마를 준비하던 때라 혹시 선거용이 아니었는지”라는 요지였다.
이러한 전자문자가 교수회장, 총장추천 관리위원장, 총장 후보, 총학생회 중앙위원회 의장 및 위원 등 30여명에게 전송 됐으니 선거를 앞둔 허향진 후보 본인으로서는 SNS메시지와 이메일의 사실여부를 떠나 고소를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잖아도 현직 총장의 출마 자격을 놓고 후보 간에 갑론을박(甲論乙駁)하던 터라 경찰의 수사까지 겹치면서 국립 제주대학교의 총장 간접선거는 이전투구식(泥田鬪狗式) 양상을 띄고 있는 형국이다.
대학을 일컬어 ‘학문의 전당’이라고도 하고 ‘지성인의 집합소’라고도 한다. 아니 석학(碩學)의 산실이라고도 한다. 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성스러운 곳인가. 이러한 곳에서 정상배(政商輩)에 버금가는 감투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면 그것은 지식인의 집합소가 아니라 지난 시대에 회자(膾炙) 되던 우골탑(牛骨塔)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으니 진실이 어떤 것인지 곧 밝혀질 것이다. 경찰도 이 사건이 다른 횡령-뇌물사건 등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점을 알 것이다. 대학은 어떤 경우라도 학문적 가치에 반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학생들의 장래까지 그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방차원에서라도 광범위 하고도 철저한 수사를 벌여 그 결과를 도민들에게 자세히 밝히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