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하이난, 제주관광 경쟁지 부상하나
대규모 리조트·면세점 건설 등 관광인프라 지속 확충
“바가지 상혼 근절 시 中 관광객 여행지 선택 영향”
<下>中 여행업계가 보는 제주
[제주매일 진기철 기자] 중국 최남단에 위치한 하이난(해남도). 중국의 22번째 성으로 제주도의 19배에 달한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청정해역 아룡만과 74㎞에 이르는 산야만의 아름다운 해변이 펼쳐지는 하이난은 중국 내 부유층들의 휴양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하이난에는 1000개의 객실을 보유한 리조트만 50여 개에 이르는가 하면 대규모 리조트 건설이 지속되고 있다. 또한 울창한 열대 수풀 사이에 자리한 리조트는 저마다 천혜의 자연 경관과 조화를 이루며 투숙객들이 ‘내 집’처럼 편안하게 묵을 수 있도록 친환경적으로 꾸며놓았다.
제주와 견줘,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관광 인프라를 갖춘 지역이다. 현지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향 후 제주의 경쟁 관광지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특히 중국인들의 주된 여행 목적이 휴양과 함께 쇼핑이라는 조사결과까지 나온 만큼 하이난 관광산업 동향이 제주에 어떻게든 영향을 끼칠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난의 산야시에는 2009년 중국 면세그룹(CDF, China Duty Free)이 운영하는 비교적 큰 규모(매장 면적 1만㎡)의 산야 면세점이 운영 중인데 중국인들이 자국 내에서 유일하게 이용할 수 있는 면세점이기 때문이다.
지난 5일과 6일 산야 면세점을 찾았다. 면세점 개장시간(오전 10시)이 되기도 전에 길게 늘어선 줄이 눈에 띄었다. 이들 모두가 중국 본토에서 하이난을 찾은 관광객이라고 동행 했던 가이드가 귀띔했다.
산야 면세점은 2012년 11월1일부터 면세점 정책이 바뀌면서 구매한도 금액도 상향돼 매출도 2배 이상 오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11년 10억 위안 이던 매출이 지난해 20억 위안까지 뛰었고 올해 상반기에만 15억 위안을 달성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해 면세점 방문객은 300만명. 이 가운데 90%가 자국 고객이다. 올해 들어서는 상반기에만 200만명이 다녀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음이다.
이와 함께 면세점에는 고가의 면세품만 아니라 지역 특산품(사탕, 과자, 진주, 수정 등)도 판매되고 있다.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의적으로 운영된다는 게 특징이다. 특히 매출의 일정부문을 희망기금을 조성해 소학교를 건립하거나 관광산업 발전 등에 사용하는 등 지역 상생 노력도 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CDF가 세계 최대라는 기치를 내걸고 21만㎡(약 7만평) 규모의 면세점까지 건설 중이어서 주목된다. 구체적인 시설 내용은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한국으로 향하는 중국인들의 발걸음을 자국 내 면세점으로 돌린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계획이기 때문이다.현지 여행업계 관계자는 “하이난은 청정함이 돋보이는 뛰어난 자연 경관으로 ‘동양의 하와이’로 불리는 휴양섬”이라며 “대규모 면세점이 들어서면 앞으로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 면세시장의 판도를 흔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하이난은 겨울이 성수기이고 제주는 여름이 성수기로 상이한데다 하이난 관광상품 가격이 높아 당장 제주관광산업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다른 관계자는 “중국인들이 싫어하는 것이 국내 관광지에서의 바가지요금이다. 하이난이 대표적”이라며 “향후 대규모 면세점 등이 들어서면서 추가적인 쇼핑인프라가 조성되고, 바가지 상혼이 근절된다면 중국인들의 여행지 선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점은 지역 상권에 낙수 효과를 발생시키는 외국인 관광객 유인자로서의 역할을 한다”며 “지역 독점의 단일 면세점 체계는 관광객의 동선이 단선으로 이뤄져 낙수효과가 한정되지만 복수의 면세점에서는 낙수효과가 해당 지역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 즉 점(dot)에서 면적(space)으로 확대되는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제주도 관광업계 관계자는 “2010년부터 시작된 외래 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제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불만사항으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 쇼핑”이라며 “제주가 차별화되고 경쟁력 있는 관광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면세점의 규모화와 쇼핑아울렛 등을 조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