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인프라’ 아닌, ‘신공항’이라 하자
도민들의 숙원사업인 ‘제주신공항’이 어느새 ‘공항 인프라’로 속임수 둔갑을 하고 말았다. 도민들이 바라는 것은 ‘신공항 건설’이지 ‘공항 인프라 구축’이 아니다.
그게 그것 아니냐는 등식논리(等式論理)가 성립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제주신공항 건설과 관련해서는 ‘신공항’과 ‘공항 인프라’가 주는 의미는 천양지차(天壤之差)다.
제주도민이 바라는 것이 ‘신공항’이라고 하면 정부가 제주에 새로운 공항을 건설해 주지 않은 한, 결코 공약을 이행했다고 말할 수가 없다. 그러나 도민 숙원이 ‘공항 인프라 구축’이라고 했을 때는 상황이 전혀 달라진다. 신공항 건설을 제쳐두고 현 공항 시설을 확장 내지 확충하는 시늉만 내도 정부는 공약을 이행했다고 큰 소리를 칠 수가 있다. 그럴 때는 어쩔 것인가. 할 말이 없지 아니한가.
제주신공항이 공항인프라로 변질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 이후다. 정부가 이 외래어를 쓰기 시작하더니 제주도가 따라하고, 신공항 추진위원회도 따라한다. 신공항 추진위원회의 명칭을 ‘공항 인프라 구축 추진위원회’로 바꿔야 할 판이다. 그러다보니 도민들도 신공항 건설이 아니라 “공항 인프라 구축”이다. 심지어 우근민 지사까지 새누리당 입당 신청과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제주 신공항’ 대신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이란 용어를 쓰고 있다. 정부의 고등 술책에 제주가 넘어가서는 안 된다. 앞으로는 관-민-기업 모두 ‘제주신공항’이란 표현만 쓰자. “신공항도 공항 인프라에 속한다”는 반론이 나올 수도 있지만 천만에. 현 공항 인프라 확충은 결코 신공항 건설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