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식 상팔자’···자녀에 학대받는 노인 속출

올 노인학대 신고 32건 중 20건 아들이 가해자
“피해 땐 반드시 전문기관 등에 도움 요청해야”

2013-10-31     김동은 기자
[제주매일 김동은 기자] A(85·여)씨는 갈수록 심해지는 아들의 구박에 하루가 멀다 하고 눈물을 쏟아야 했다. 아들은 술만 마시고 나면 A씨를 때렸고, 심지어 손에 잡히는 물건을 죄다 집어 던지기도 했다.

게다가 아들이 집을 비우면 며느리까지 행패를 부리는 등 A씨에게는 하루하루가 고통의 연속이었다. 결국 A씨는 집을 나와 관계기관의 도움으로 요양병원에 입원, 몸과 마음의 상처를 조금씩 치유받고 있다.

제주지역의 고령화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자녀와 배우자 등으로부터 학대에 시달리는 노인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어 다각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제주도 노인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모두 69건으로, 전년 47건에 비해 증가했다. 올해의 경우 지난 1월부터 8월 말까지 32건의 노인학대 신고가 접수됐다.

올 들어 접수된 노인 학대를 유형(중복)별로 보면 언어·정서적 학대가 31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신체적 학대 23건, 경제적 학대 13건, 방임(자기방임 포함) 5건 등으로, 여러 유형의 학대가 복합적으로 이뤄졌다.

또 학대 행위자는 아들 20건, 배우자 7건, 며느리 2건, 딸 1건 등으로, 가족에 의한 학대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최근에는 언어·정서적 학대와 신체적 학대는 물론 방임, 유기 등 노인 학대의 유형과 사례도 다양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녀의 부양 능력이 떨어지면서 나타나는 경제적 어려움을 노인학대 증가의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런데 학대 피해자들이 학대를 단순한 가정문제로 생각하고 숨기려는 경향이 많은 데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처벌을 원하지 않아 학대가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학대 행위자가 학대가 범죄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저지르는 경우도 있어 노인학대 유형에 따른 적절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노인학대 신고가 접수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실제 사례는 더 많을 것”이라며 “학대에 시달린다면 반드시 전문기관 또는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제주지역의 고령화율은 13.9%로, 전국 16개 시·도 중 7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나는 등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