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억 들인 벤츠 구급차 3대 툭하면 ‘먹통’

중환자용 원격영상 장비 오름·대형건물에 막혀 접속장애
4년간 126건 사용 그쳐···“국가 정책 무조건 수용 결과”
골목형 소방차도 3년간 화재현장 출동 건수 3건에 불과

2013-10-27     김동은 기자
[제주매일 김동은 기자] 수억원을 들여 도입한 벤츠 원격영상 중환자용 구급차가 제 기능을 못하고 일반 구급차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예산 낭비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제주도의회 복지안전위원회 소속 윤춘광 의원(민주통합당 비례대표)에 따르면 제주도 소방안전본부는 국가정책에 따라 2009년 11월 국비 3억원과 지방비 3억원을 들여 원격영상 장비가 장착된 벤츠 스프린터 구급차 3대를 도입했다.

벤츠 스프린터 구급차 도입은 중환자를 이송하는 도중 협약을 맺은 병원의 의사로부터 환자 상태의 영상을 활용해 응급처지 지도를 받기 위해서였다. 이에 따라 벤츠 스프린터 구급차는 서귀포소방서 대륜119센터와 서부소방서 한림119센터, 동부소방서 성산119센터에 각각 배치됐다.

문제는 원격영상 장비가 3G로 설계되다 보니 산이나 오름, 대형건물 인근에서 접속이 끊어지는 경우가 많아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연결망 범위에 다시 들어오더라도 자동 재접속 기능이 없어 데이터를 다시 입력해야 하는 등 처음부터 제 기능을 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때문에 응급상황에서 원격영상 사용을 포기하고 전화기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적잖은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2010년부터 올해 9월말 현재 벤츠 스프린터 구급차 3대의 원격영상 사용 건수는 126건으로, 차량 1대당 42건에 불과했다.

윤 의원은 “국가정책에 무조건 부응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며 “국가에서 정책 설계를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지방 현실을 이유로 협력을 지연해야 더욱 시급한 부분에 예산을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좁은 골목길에서 발생한 화재 등을 효과적으로 진압하기 위해 소방안전본부가 도입한 ‘골목형 소방차’도 화재 진압에 거의 투입되지 않는 등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제주도의회 복지안전위원회 소속 고정식 의원(새누리당·제주시 일도2동 갑)에 따르면 도내에 배치된 골목형 소방차 5대의 최근 3년간 화재현장 출동 건수는 3건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691건, 올해 9월말 현재 581건의 화재가 발생한 것을 감안할 때 전혀 제 구실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고 의원은 “현재 골목형 소방차 5대 중 3대는 이미 내구 연한이 지났고, 2대도 올해 안으로 내구 연한을 넘긴다”며 “골목형 소방차가 화재 현장에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채 폐기처분 위기에 놓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