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마늘 위협 느껴...자신감도 생긴다"

[중국 르포] 세계 최대 농산물 생산기지를 가다
산동성 창산현 등 주산지가 세계 마늘 생산량 81% 차지
제주농가, 품질.안전성으로 무장하면 수출 경쟁력 충분

2013-10-16     신정익 기자

[제주매일 신정익 기자] 중국산 농산물이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수입 농산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를 넘보고 있다. 중국산이 없으면 농산물 공급 파동이 발생할 것이라는 아이러니한 얘기가 현실이 된지 오래다.

그만큼 중국산 농산물의 국내시장 잠식력은 엄청나다. 중국산 농산물의 이런 파상공세는 주요 작물의 재배면적과 생산량을 보면 얼마나 가공할만한지 알 수 있다.

# 전 세계 마늘의 81% 생산
지난 10일 제주도 한.중FTA범도민대책위원들이 찾은 중국 최대 마늘 주산지인 산동성 창산현.

포플러 가로수가 양 옆으로 도열한 뒤로 펼쳐진 마늘밭이 끝이 보이지 않는다.

파종을 끝낸 마늘이 싹을 띄우기 시작한 가운데 멀칭 비닐을 덮는 농민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비닐은 마치 가정에서 포장용으로 쓰는 랩만큼이나 얇아 대나무 비 같은 도구로 툭툭 가볍게 내리치면 싹이 비닐위로 툭 올라온다. 마늘을 수확하고 나면 스스로 녹기 때문에 따로 걷어낼 필요가 없는 친환경멀칭비닐이다.

산동성은 중국내 손꼽히는 농산물 생산지역이다. 특히 금향과 창산을 중심으로 생산되는 마늘의 경우 전체 재배면적은 77만여㏊(2012년 기준), 생산량은 1332만t에 이른다. 전 세계 생산량의 81%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산 마늘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최대 40% 가량 증가했다고 한다. 지난해 가격 호조의 영향으로 재배면적이 늘고 기상여건이 좋았던 것이 생산량으로 연결됐다.

당연히 가격은 떨어졌다. 지난 6월 거래된 햇마늘 초기 가격은 ㎏당 3위안. 작년보다 40~50% 떨어진 수준이다.

최근에 유통물량이 줄면서 가격은 소폭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점차 하향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세계적인 마늘 주산지인 창산의 자부심은 ‘천하제일마늘(天下第一蒜)’로 함축된다. 인근 주산지인 금향도 ‘세계 마늘은 중국을 보고, 중국 마늘은 금향을 본다’고 표현한다.

창산에서 만난 마늘농가 천슈렌(48.여)씨는 “올해는 생산량이 많아 가격이 기대만큼 오르지 않았다”면서 “그렇지만 마늘농사를 짓는 게 행복하다. 정부 지원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과 함께 둘이서만 파종하고 수확하지만, 재배면적이 적당해서 큰 어려움은 없다”고 덧붙였다.

병충해 방제와 고품질 마늘 생산 위해 2년마다 휴경, 마늘 사이에 수수 등을 함께 재배해 잡초억제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천씨는 말했다.

창산현 흠발산업 대표인 자오치엔화(42)씨는 “작년에는 톤당 가격이 5000위안에서 올해는 3200위안으로 하락했다”면서 “생산량이 25~30% 증가했다. 면적은 10%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동해가 없어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그만큼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매년 4만t 가량의 마늘을 수매해 내수로 80~90%를 처리하고, 10~20% 수출을 하고 있다. 한국과 동남아 등이 주요 시장이다. 자오 대표는 “ 올해는 한국 수출계획이 없다. 한국도 작황이 좋아 수출해도 재미(?)없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운영하는 마늘 저장고도 방문했다. 지금은 영하 3도의 창고에 700t 가량의 마늘이 저장돼 있다. 저장고 안은 냉매와 마늘에서 나온 냄새가 섞여 질식할 정도였다.

# “中 부유층 대상 수출 경쟁력 충분”
현지 실태조사에 나선 범도민대책위원들도 중국의 마늘생산 현장을 접하고 우려와 함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e영농조합법인 문근식 대표는 “기후와 조건에 맞춘 농산물 생산 집단화는 우리로서는 상당한 위협 요인”이라며 “우리도 지역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작물을 중심으로 특성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좌읍에서 친환경농업을 하는 김태훈씨는 “현장을 직접 보니 오히려 강한 전투력을 느낀다. 지금까지 안일했던 점도 없지 않았지만, 중국산 농산물의 파상공세를 넘어야겠다는 의지가 생긴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청도사무소 이정석 소장은 “중국 국민들도 자국산 농식품에 대한 불신과 식품 안전사고에 불안이 만연돼 있다”며 “중국내 부유층의 경우 식생활과 관련된 소비성향은 돈을 지불하더라도 삶의 질을 높이고, 안전성이 확보된 고품질 먹거리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따라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좋은 먹거리’를 수출하면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