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역서 모인 300여개 품목 집산.가격 결정
[중국 르포]세계 최대 농산물 생산기지를 가다...<上>물류혁신 가속도
[제주매일 신정익 기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양국이 본격 협상을 선언한 이후 지난달 1단계 협상을 마무리했다.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높은 수준의 FTA’에 의견을 같이 함에 따라 앞으로 양국간 협상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한중FTA가 본격 발효될 경우 제주지역은 무엇보다 농산물을 포함한 1차산업 분야에서 상당한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감귤을 비롯해 마늘, 감자, 양파, 당근 등 제주지역 주요 농산물이 중국 농산물의 융단폭격 사정권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주요 농산물은 재배면적이나 생산량 모두 세계 최대규모를 자랑한다. 한중FTA 타결로 우리 농산물 시장이 개방될 될 경우 제주지역 밭작물에 미치는 영향은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본지는 지난 9일부터 14일까지 마늘과 양파의 세계 최대 생산지라고 할 수 있는 중국 산동성 현지를 취재, 세계시장을 좌우하는 중국 농산물 생산실태와 우리의 대책 등을 2회에 걸쳐 집중 보도한다. 이번 중국 현지 취재는 제주특별자치도 ‘한중 FTA대비 중국농산물 생산.유통 실태 조사단’과 함께 이뤄졌다.
#가락시장 4배 규모 초대형 도매시장
지난 9일 오후 중국 산동성 수광시에 있는 ‘수광농산품물류원(CSALP)’. 우리나라로 보면 농산물 도매시장이다.
20t 안팎의 대형 트럭에서 배추를 내리는 작업이 한창이다. 전국에서 생산된 내노라 하는 배추들은 모두 모였다. 몸통이 짧은 길림성 배추와 호리호리하게 잘 빠진 요녕성 배추 등 다양한 품종이 선을 보이고 있다.
바로 옆에서는 마(麻)를 하차하는 작업도 분주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엄청난 크기다. 1m를 훌쩍 넘는 마가 대부분이어서 조사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남성에서 수확돼 14t 트럭에 실려 이곳 도매시장에 출하됐다. 모래가 섞인 토양이어서 가능한 크기라고 이 곳 관계자는 설명했다.
‘수광농산품물류원’은 2009년 11월 정식 개장했다. 전체 규모는 198만㎡로 서울 가락동 도매시장보다 4배가량 넓다.
현재 1기 공사를 마무리한 상태에서 운영 중인 물류원은 채소구역을 비롯해 모두 6개 구역으로 구성됐다.
전자거래구역과 농업자재 교역구역, 농산물 가공구역, 물류 및 배송구역, 종합서비스 지구 등이 있다.
내년부터 2기 확장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과일과 수산물 도매시장을 늘리는 것이다.
중국 ‘농산물 물류의 중심지’라고 할 만한 규모를 갖춘다는 얘기다. 이 곳은 중국 전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이 모이고, 중국 전역으로 농산물이 배송되는 물류의 심장이다. 매일 거래되는 농산물은 중국 내 20여개 성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로 수출되고 있다. 말 그대로 ‘아시아 최대의 농산물물류원’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당연히 농산물 가격도 이곳에서 결정된다.
북쪽 흑룡강성에서 1500㎞ 달려온 트럭은 명함도 못 내민다. 무려 6000㎞나 떨어진 티베트에서도 농산물을 실은 트럭이 물류원으로 모인다.
채소류 300여 개 품목 등 하루 거래량은 2만t, 거래금액은 100억원 안팎이다. 앞으로 과일까지 포함할 경우 거래규모는 지금보다 2~3배 더 늘어날 것이라고 물류원 관계자인 장수화(여.42)씨가 설명했다.
물류원의 거래 수수료는 2%로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그만큼 생산농가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수익을 보장한다는 얘기다.
물류원을 이용하는 출하농민과 중개인, 도매업자 등은 모두 IC카드를 이용해 거래한다. 카드를 사용하면서 거래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농민들이 피해를 입는 사례도 거의 사라졌다.
국가 주도 계획경제의 일관성에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이윤추구가 효과적으로 접목되면서 거대 경쟁력의 원천이 되고 있다.
#한국과 1시간 거리에 세계 최대 농산물 시장
수광농산품물류원은 채소 부문의 ▲집산센터 ▲가격형성 센터 ▲신용교역 센터 ▲물류배송 센터 ▲채소 표준화 센터로는 중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물류원은 30년 전인 1984년 3월 ‘수광채소도매시장’으로 출범했다. 수광과 인근지역 농업인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직접 가져와 상인과 소비자들과 직거래하던 6000여 ㎡의 소규모 산지시장이 모태다.
이후 10차례에 걸쳐 거래집하장이 증설돼 오늘의 모습을 갖췄다. 거래규모가 커지면서 수광시 당국이 투자해 공영도매시장으로 확대됐다. 이후 홍콩의 왕이그룹이 20억위엔을 투자해 대규모 물류시장으로 변모시켰다. 왕이그룹은 앞으로 홍콩증시에도 상장할 계획이라고 물류원 관계자는 전했다.
한국과 불과 1시간에 거리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농산물 도매시장이 국내시장을 노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