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상습 모슬포港, 예산편성 문제 있다

2013-10-09     제주매일

  제24호 태풍 ‘다나스’가 한창 몰아치던 8일, 강한 바람과 높은 파도를 피해 모슬포 항으로 입항하던 어선이 또 좌초됐다. 인명피해가 없었던 것은 천만 다행이었다.
그런데 이 어선의 좌초가 태풍 때문이라기보다 항내(港內)에 방치된 암반 때문이라는 점에서 천재(天災)보다 인재(人災)에 더 가깝다.
이번 모슬포 항 어선좌초가 인재일 수밖에 없는 것은 태풍 때마다 이러한 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음에도 원인을 제거하지 않고 내버려 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기상 악화로 이곳에 피항 하던 어선이 좌초 되는 등 태풍 철에는 비슷한 사고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 이를테면 ‘좌초 상습 항’인 셈이다.
이러한 사실을 뻔히 알고 있는 당국이 예산 타령이나 하면서 보고만 있는 것은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완급(緩急)을 가리지 못하고 있음을 뜻한다.
제주도 관계자는 “올해 모슬포 항 준설 예산이 없다”는 것인데 이는 공식 예산서에 책정이 안 됐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렇다면 예산 편성시 미리 반영하면 될게 아닌가. 혹시 재원이 없었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왜 재원이 없겠는가. 예산 편성시 전시-홍보성 예산들을 과감히 줄이고, 불요불급(不要不急)한 사업들을 뒤로 미뤄 우선순위 원칙에 따라 예산을 짠다면 20억 안팎이면 해결될 시급한 모슬포 항 준설 예산을 마련치 못할 까닭이 없다.
현재의 제주도 예산 규모라면 올해 도내 각종 수산사업비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들 각종 수산사업비 중 급한 사업별로 우선순위를 정해 불급사업(不急事業)을 선별적으로 뒤로 미뤘더라도 모슬포항 준설 사업비는 확보하다가도 남을 것이다.
지역 주민들은 모슬포항의 잦은 어선 좌초에 대한 대책마련을 제주도에 요구했지만 해결 되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의 얘기가 사실이라면 올해 초 6개월 한시 기구로 활동했던 ‘민생시책 추진기획단’과 그 후에 출범한 ‘지역민생 책임관’들은 무엇을 했는가. 모슬포 항이 준설 되지 않아 어선 좌초가 속출하고, 이로 인해 어민들의 생명과 생계를 위협 받고 있다면 추경예산을 통해서라도 해결책을 강구했어야 했다. 벌써 늦었지만 당국은 지금이라도 모슬포 항이 좌초상습 항(坐礁常習 港)에서 벗어 날 수 있도록 대책을 세워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