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형사 DNA 데이터베이스 저장 '위법'
DNA법상 구속피의자, 수형자만 해당…"근거 없어 당장 폐기해야"
2013-10-09 제주매일
이에 법적 근거 없이 데이터베이스에 축적된 형사 DNA 정보를 당장 폐기해야 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경찰청은 올해 초부터 범죄현장에서 수집되는 정보의 정확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전국 16개 지방경찰청 소속 형사와 과학수사팀 직원 동의하에 DNA를 채취했다.
경찰청이 현재까지 채취한 형사 DNA 수는 약 2천400여건.
경찰청은 이 DNA시료를 감식과정을 거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데이터베이스에 보관한 뒤 각종 범죄현장 정보의 대조군으로 활용하고 있다.
경찰청은 형사 외에도 사건현장을 접하는 외근 직원을 대상으로 DNA 채취를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경찰청의 형사 DNA의 데이터베이스 구축은 별다른 법적 근거없이 추진된 것으로 확인됐다.
2010년 시행된 DNA 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DNA법)에는 경찰은 살인 등 11개 범죄로 구속된 피의자와 범죄현장에서, 검찰은 수형인에게 DNA시료를 채취할 수 있고 감식을 거친 DNA 신원확인정보를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DNA법은 민감한 개인신체정보인 DNA의 한정되고 엄격한 이용규제를 위해 구속 피의자, 수형인, 범죄현장에서 채취된 DNA 정보만 데이터베이스화해 각종 범죄현장에서 수집된 증거물과 비교·대조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다.
이 때문에 수사목적이라는 조직상의 논리를 앞세운 경찰청이 형사들의 동의를 받아 DNA를 채취한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채취한 DNA를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한 것은 엄연한 위법이라는 지적이다.
경찰은 실제 지난해 7월 전남 해남의 한 마을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에서 현장 8㎞ 이내에 거주하는 남성 100여명의 DNA를 채취했다가 사건해결 후 폐기했다.
단순 용의자 DNA는 형사 DNA와 마찬가지로 DNA법상 데이터베이스 등록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찰청 과학수사센터 관계자는 "형사 DNA의 데이터베이스 등록이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은 맞다"며 "다만 사건현장에서 형사 DNA를 배제하고 수집되는 범죄정보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경찰 자체적으로 DNA 채취해 별도의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이상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는 "경찰청의 형사 DNA 데이터베이스 등록은 법을 집행하는 경찰이 아무런 법적 근거없이 위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큰 문제"라며 "현재까지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형사 DNA는 즉각 폐기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