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지만 당연한 ‘시장직선제’ 포기

2013-10-08     제주매일

우근민 지사가 드디어 ‘행정시장 직선제’를 포기 했다. 우(禹)지사는 7일 ‘도민에게 드리는 말씀’을 통해 “정치적 소모적 논쟁은 제주미래를 위해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은 다고 생각해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한 논의를 유보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 지사는 “행정시장 직선제 논의 유보는 포기가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하면서 심지어 “행정시를 3개 이상으로 재편성하는 문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우 지사는 ‘유보’라는 표현을 빌려 “결코 행정시장 직선제 포기가 아님”을 강조 했지만 임기를 불과 8개월여 밖에 남아 있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직선은 사실상 포기인 셈이다.
다만 우지사가 애써 ‘유보’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포기가 아니라고 강조한 것은 내년 지방 선거에 출마할 것임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봐야 한다. 따라서 우근민 지사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경우 3개 이상의 행정시로의 재편을 포함, 행정시장 직선제는 또 한 번 그의 주요 선거공약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우근민 지사의 재당선 여부는 유권자만이 결정할 수 있다. ‘행정시장 직선제는 유보’가 아니라 포기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근민 지사가 행정시장 직선제 포기를 선언한 것은 이미 때가 늦었지만 환영 받을 일이다. 사실 우 지사의 행정시장 직선제 포기는 세 번의 기회를 놓쳤다. 첫 번째 기회는 지난 4월18일 제주도의회 임시회 도정질의에서 우 지사가 “내년 지방선거에 행정시장 직선제 도입은 없다”고 한 답변을 지켰어야 했다. 물론 공격이야 받겠지만 그것으로서 끝날 일이었다.
두 번째 기회는 ‘행정개혁 추진위원회’에서 행정시장 직선제를 권고 했을 때다. 도의회에서 ‘시장직선제’ 도입은 없다고 답변한 마당에 어떻게 권고안을 수용하겠느냐 면 그만이다.
세 번째 기회는 도의회에서 공동 여론조사 제의를 거절했을 때였다. 그럼에도 독자적인 여론조사를 강행했고, 그 결과는 정치권과 대의기관의 불신을 자초해 동의안이 도의회에서 부결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괜히 세 차례의 기회를 놓지 면서 ‘직선제’를 강행하려다 예산과 행정력과 시간만 낭비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 늦게나마 ‘직선제’를 포기한 것은 다행한 일이요 당연한 결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