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불명 외래어도 있지만
우리말 예쁜 상표도 많아요”

9일 ‘제567돌 한글날’
행정기관도 어려운 용어 여전···시민 불편
‘아름누리 꽃방’·‘몸냥’ 등 친근감 줘 호응

2013-10-08     김동은 기자
[제주매일 김동은 기자] 제주시내 도심 곳곳에 외래어 간판이 홍수를 이루면서 한글날 제정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여기에 올바른 한글 사용에 앞장서야 할 행정기관이 어려운 행정용어를 남발해 한글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제567돌 한글날(10월 9일)’을 하루 앞둔 8일 오전 제주시청 학사로. 이 일대 가게 간판 상당수가 외래어로 도배되는 등 순 우리말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실제 일본어와 영어를 발음하는 대로 바꾼 라면 가게 ‘라멩하우스’ 등 외래어 간판이 거리를 점령하고 있었다. 또 외래어 표기법에 맞지 않는 ‘부페(뷔페)’, ‘센타(센터)’ 등을 사용하는 가게도 눈에 띄었다.

그런가 하면 행정기관에서 ‘콘텐츠’를 ‘컨텐츠’라고 표기하거나 ‘시방서(설명서)’, ‘바우처(상품권)’ 등의 어려운 행정용어를 순화하지 않고 사용하면서 시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이처럼 외래어 간판과 이해하기 어려운 행정용어가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가운데 순 우리말과 제주 방언을 이용해 가게의 특징을 잘 나타낸 간판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실제 제주시 연동과 이도2동 상가 밀집지역에서는 외래어로 표기된 간판들 사이로 친근감을 주는 순 우리말 또는 제주 방언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아름다운 세상을 일컫는 순 우리말인 ‘아름누리 꽃방’은 꽃으로 세상을 밝힌다는 꽃집의 특징을 잘 표현하고 있다.

‘아름누리 꽃방’ 대표 한옥경(47·여)씨는 “외래어 간판 홍수 속에 순 우리말 가게 이름을 생각하다가 평소 세상을 뜻하는 ‘누리’라는 말을 좋아해 ‘아름누리’라고 짓게 됐다”며 “기억하기도 쉬워서 한 번 찾은 손님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찾는 단골이 된다”고 말했다.

또한 제주 방언으로 마음대로를 뜻하는 ‘몸냥’이라는 간판을 내건 식당은 외래어 간판에 비해 친근감을 주는 것은 물론 도민들의 감성 또한 자극하고 있다.

김관형(30)씨는 “가게 이름이 친근하다 보니 아무래도 자주 찾게 되는 것 같다”며 “점점 사라져 가는 제주 방언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라도 이 같은 간판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주대학교 국어문화원 관계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외래어 간판이 사용되고 있는 데다 표기법도 제각각이다 보니 언어 본래의 기능인 의사 전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가급적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우리말을 쓰고 외래어를 사용할 경우 표기법에 맞게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