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에는 해열제가 없다?

“급할 때 먹여줘야”vs“자칫 더 위험한 상황 올 수도”

2013-10-03     박민호 기자

“어린이집에 해열제가 없어 먹일 수 없습니다.”

직장인 박모씨(33)는 얼마 전 조금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어린이집에 당연히 있을 줄 알았던 해열제가 없어 아이에게 먹일 수 없다는 것이다.

박씨는 “아이가 감기약 기운이 있는 것 같아 혹시 열이 나면 해열제 좀 먹여달라고 했더니 약이 없어 먹일 수 없다고 했다”면서 “동네 슈퍼에서도 파는 상비약이 어린이집에 없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씨는 “맞벌이 부부인데 아이가 아플 때 마다 어린이집을 달려갈 수도 없고...”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어린이집에선 해열제가 자칫 아이의 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병원 처방 약이나 부모가 보내준 해열제 이외에는 아이에게 사용하지 않는 원칙을 고수 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사실을 학부모들이 잘 알지 못하는데 있다.

어린이집 운영 전반에 걸쳐 평가를 하는 한국보육진흥원 평가인증사무국이 제시한 상비약 물품에는 해열제는 포함되지 않는다.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사고(부작용)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 부모들은 그날 먹을 만큼의 약과 투약의뢰서를 함께 보내야 아이에게 약을 먹일 수 있다.

제주시어린이집연합회 한영진 회장은 “해열제가 위험한 약이라서가 아니라 아이에 따라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라며 “부모가 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열 등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선생님이 아이와 병원으로 가는 오히려 나은 결정”이라고 전했다.

한 회장은 이어 “어른들의 편리함을 위해 아이들의 안전을 포기할 수 없지 않느냐”며 “이 같은 내용을 홍보를 하고 있지만 일부 모르는 학부모님들이 오해가 있어 우리도 안타깝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해열제인 ‘어린이용 타이레놀 시럽’ 일부 제품에서 과다복용 시 아이들의 간을 손상 시킬 수 있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 많이 함유됐다는 이유로 판매 금지처분을 내리면서 어린이 집측의 주장에 힘을 얻고 있다.

누구나 손쉽게 구할 수 있고 편리하게 사용해 오던 해열제 오남용 문제에 대한 학부모들의 인식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