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충, 全공무원에 휴일 동원령을
소나무 재선충 한 쌍이 갖는 번식력은 20일 동안 20만 마리다. 놀라운 폭발적 번식력이다. 이 재선충이 솔수염하늘소를 매개로 소나무에 침투하면 100% 고사하고 만다. 소나무 에이즈라고 부르는 이유다.
2004년 제주에서 재선충이 처음 발견된 이후 고사목이 점차 증가해 오다가 올해 들어 급증세를 보여 도민들까지 초 긴장상태다. 심지어 얼마 전부터는 국가지정 문화재 보호구역인 산방산까지 재선충이 덮쳐 소나무 300여 그루가 고사했다.
재선충 발견 후 10년간 도내에서 고사한 소나무가 10만 그루가 훨씬 넘는다. 내년으로 넘어가면 20만 그루에 육박할 것이라는 추산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아직도 재선충에 관한한 느긋한 느낌이다. “재선충과의 전쟁”까지 선포해 놓고도 전쟁다운 전쟁은커녕 그에 대한 움직임조차 화끈하지 못하다.
제주도가 ‘재선충과의 전쟁’을 선포한지 한 달이 되었지만 가시적인 ‘전쟁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산림청 전문 인력 등 150여명이 긴급 투입돼 하루 350여 그루의 소나무 고사목을 제거하고 있고, 오는 4일부터 특전사 군인 100여명을 지원 받는 게 고작이다. 이밖에 최근 우근민 지사가 각 마을 청년회-해병전우회-새마을회-바르게 살기위원회 등 민간단체에 재선충과의 전쟁 동참을 요청해 놓았지만 효과는 아직 미지수다.
제주도의 ‘재선충과의 전쟁’은 초기부터 잘못 되었다. 한 달 전 전쟁선포와 동시에 “휴일 공무원 총 동원령”을 내렸어야 했다. 예비비라도 투입해서 전공무원에게 기계톱과 휴일 근무 수당을 지급하고 토-일요일 등 3~4일만 총 동원령을 내려 고사목제거에 나섰더라면 벌써 상당한 전과(戰果)를 거두었을 것이다. 벌목술이 부족할 경우 위험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2-3시간 전문인에게 교육만 받는다면 고사목 제거를 못할 제주도 공무원은 없을 것이다.
도민 세금으로 월급 받는 공무원들은 휴일을 즐기는데, 농번기에 바쁜 민간단체 회원들에게만 협조해 달라면 그 호소가 먹혀들겠는가. 공무원들이 휴일 수당을 받더라도 솔선수범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한 쌍이 20일 동안 20만 마리의 번식력을 가진 재선충과의 전쟁을 이겨 낼 수가 없다. 우근민 지사는 산하 전 공무원에게 휴일 총 동원령을 내리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