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 災殃 앞에 두고 ‘시장 직선’ 타령인가

2013-09-26     제주매일

지금 제주에서 가장 화급(火急)한 것은 행정시장 직선제가 아니다. 이미 지난 2일 전쟁을 선포한 소나무 재선충과의 싸움이다. 만약 이 싸움에서 이기지 못한다면 우근민지사가 표현한 대로 “대 재앙과 같은 위기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이 시간에도 도내 곳곳에서는 재선충의 공격을 받아 소나무들이 누렇게 고사해가고 있다. 이 고사목들을 재빨리 제거해 재선충 매개체인 솔수염하늘소의 산란을 차단하지 못한다면 제주도의 소나무들이 전멸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근민지사도 현 사태를 “대재앙과 같은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하면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지 아니한가.
이 시간 현재 제주도의 현안 중 이 보다 더 화급(火急)하고 또 화급한 사안이 어디 있는가. 모든 공무원들, 가능하면 일반 도민들까지 ‘재선충과의 전쟁’에 참전, 일전을 벌여야 할 위급한 상황이다.
제주도 행정이 만약 이러한 위급상황을 아직도 감지하지 못하고 ‘둔감행정(鈍感行政)’을 펴고 있다면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5일 제주도 간부공무원들의 간담회 내용을 전해 들으면서 뭔가 잘못 되고 있음을 느낀다.
이날 간부공무원 간담회에서 논의 된 것 중의 하나가 ‘행정시장 직선제’를 위한 주민투표와 관련된 사항들이었다고 한다. 제주도 전역의 소나무 집단 고사(枯死) 사태로 ‘전쟁’까지 선포해 놓은 마당에 이미 물 건너 간 행정시장 직선제 타령이나 하고 있을 때인가.
행정시장 직선제는 소나무 고사 사태처럼 화급하지도 않고 도의회에서 부결된 이상 재론의 가치조차 없는 사안이다. 이 문제를 갖고 주민투표니 뭐니 하면서 행정력이 분산되면 ‘재선충과의 전쟁’에서 또 한 번 승기(勝機)를 놓쳐 필패(必敗)하게 될는지도 모른다. 제주도는 ‘재선충과의 전쟁’을 위해서도 행정시장 직선제 포기를 선언해야 한다.
제주도내 소나무 고사목은 이미 10만 그루를 넘어섰으며, 올해를 넘기게 되면 20만 그루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 되고 있다. 앞으로 시급히 잘라 내해야 할 고사목과 고사 징후목까지 합치면  최대 7만여 그루에 이른다니 전쟁치고는 수월한 전쟁이 아니다. 행정시장 직선제 주민투표 등 포기해야 할 일에 연연하다 계속 실기하는 우(愚)를 다시 범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