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 불빛 또는 보름달처럼 밝은 분들을 위해....(김정희)

2013-09-23     제주매일

 

요즈음 밤이면 밤마다 하귀2리에 소재하는 미수동 포구에는 가로등 불빛과 휘영청 밝은 보름달을 의지해 장구와 징소리가 요란히 울리고 있다. 누구하나 흐트러짐 없이 밝은 표정으로 함께 하시는 분들 모두가 서로를 위로하고 다독이며 흥겹게 그리고 땀 흘리는 열정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분들은 다름아닌 제52회 탐라문화제 걸궁경연에 참가하기 위해 매일 저녁 바쁜 생업활동과 가사일을 잠시 접고 마을과 애월읍, 그리고 더 나아가 문화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문화왕국 ‘탐라’를 위해 노력하시는 하귀2리 민속보존회 회원들이다. 사실 하귀2리는 제주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귀리 겉보리 농사일 소리’가 보존 계승되고 있는 저력과 전통을 가진 마을이다. 그래서 금년도 탐라문화제에 걸궁이라는 다른 분야로 출연하는 각오가 남다르고 그 의욕과 자존심이 대단할 수 밖에 없는 마을이기도 하다. 이번 탐라문화제에 출연하는 하귀2리의 귀리걸궁은 설촌시 전해지던 거북이 모양의 마을 지형에 화재가 빈번히 발생하여 마을 사방에 우물을 파서 뜨거워진 거북이 등을 적셔주며 화재를 막았던 선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러한 설화를 바탕으로 지금은 흔적이 사라졌지만 하귀초등학교 부근에 만들어졌다는 거북이 못과 마을마다 솟대, 거욱대, 선돌 등의 형태로 액을 막기 위해 필요한 재원을 만들기 위한 사연이 담기며 구성진 이야기로 전해지고 있다. 그래서 하귀2리 민속보존회에서는 문화와 역사의 맥을 잇고 계승 발전할 수 있는 작품을 구상하여 입장굿과 첫마당, 그리고 집돌이 둘째마당, 방액이 셋째마당, 그리고 대미를 장식하는 대동놀이 넷째마당으로 작품을 기획하고 기수와 걸궁패, 그리고 여러 가지 역할을 맡은 잡색 출연팀으로 각자의 역할에 맞춰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즐기는 눈길은 호기심과 흥겨움이지만 준비하는 손길과 발품은 분주함이고 때로는 어색하고 아픈 기억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하귀2리 민손보존회가 연습하고 있는 미수동 포구의 희미한 가로등 불빛이 조금은 애잔하기도 하고, 때로는 휘영청 밝은 달이 가슴 아프기도 하지만 또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 실무자의 입장에서 부디 우리의 이러한 노력이 가을 하늘만큼이나 높고 푸른 결실로 다가 오기를 소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