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리지 못하는 팔을 가진 인간들
“긴 테이블위에 진귀하고 맛있는 음식을 가득 차려놓고 사람들이 둘러앉아 있는 두개의 방이 있다.
한방에서는 둘러앉은 사람들이 서로를 노려보며 불만이 터질 것 같은 험한 분위기다. 그러나 한방에서는 모두 즐거워하며 행복하게 음식을 먹고 있다.
두 방 테이블에 둘러앉은 사람들은 모두 신의 저주를 받아 팔을 구부릴 수 없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한방에선 불만이 터지고 한방에선 웃음과 행복이 가득하다.
행복하게 음식을 먹고 있는 방 사람들은 혼자서 음식을 먹을 수는 없지만 음식을 맞은편 사람들에게 서로 먹여주고 있었고 다른 방 사람들은 구부러지지 않은 팔만 원망하며 불만만 키우고 있는 것이다.”
이글은 요즘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는 ‘탄줘잉’의 「살아있는 동안 꼭해야할 49가지」란 책에 나오는 내용 중의 하나다.
요즘 우리사회는 불만이 꽉차있다. 행복한 표정을 짓는 사람을 길거리에서 보기 어렵다. 모든 사람들이 위의 글과 같이 신의 저주를 받아 팔이 모두 구부러졌는지 모른다. 혼자는 못사는 세상임을 알게 하기 위한 섭리인지 모른다.
얼마 전 춘강장애인 근로센터에 들른 적이 있다. 장애우들이 적성에 맞는 일들을 배우기도하고 취업을 하며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이곳은 2001년부터 전국최초로 최저임금제를 실시하여 장애우 들이 들어오면 월 65만원을 지급하고 있는데 50명이 취업 겸 기능을 배우고 있었다.
오후 2시쯤 세탁소가 텅비어있어 내용을 물어보자 안내를 하던 직원이 “일감은 넘쳐 있는데 당국이 공장을 가동하지 못하게 합니다. 이 시설만 가동되어도 어려운 장애우들 20명은 더 일할 수 있어 도움을 줄 수 있는데…” 안타까움과 당국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내용인 즉은 제주시가 시설예산은 지원해주어 건축과 시설보강까지 하도록 해놓고 막상가동하려니 환경부서에서 폐수와 대기 배출허가를 안 해 주어 1년여 동안 가동을 못하고 있으며 급기야 2004년 7월 제주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
더욱 한심한 것은 현재의 시설을 장소를 달리하여 소규모로 분리하여 시설하면 사용 할 수 있다는 경직한 행정이다.
정확히 말하면 환경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규정 자구의 해석이 서로를 불편하게 만들고 없는 돈을 더 들이게 하고 어려운 장애우 들을 괴롭히고 있다는 결론이다. 모든 법이나 규정은 만든 정신이 있다. 근본적인 법정신은 간데없고 곁가지 에 돋아난 가시만을 휘두르며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는 꼴이다.
성철스님은 ‘이 뭐 꼬’란 책에서 “모든 생명은 서로 의지하는 연기성(緣起性)속에 있다. 그러나 이기와 독선이 뿜어내는 공해는 지금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 ‘나’만의 이익을 탐하고 ‘나’만의 안일을 추구해왔다. 생명은 서로를 학대할 권리가 없다. 오히려 연민과 조화 속에서 서로를 아끼는 공존의 지혜를 밝히는 일 이야말로 생명의 당위이다”고 설파 하고 있다.
어려운 장애우 한사람에게 희망과 빛을 주는 것은 이사회를 밝게 하는 하나의 촛불이다. 미세한 새털이 모아져 큰 날개가 되고 창공을 날아 땅위 만물을 보듯 작은 촛불이 모여 밝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조물주는 팔을 구부리지 못하게 만들어 서로의 입에 맛있는 음식을 먹여주는 행복한 공존을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 생각하는 행정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