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은 삶의 전환점···늘 감사해요”

9일 ‘장기기증의 날’
도내 기증 희망자 6000여 명···인구 대비 1.2% 그쳐
진료비 지원 등 사후관리 부족···조례 활용 등 절실

2013-09-08     김동은 기자
김전순(55·여)씨는 2001년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장기기증서에 서약을 했다. 우연찮게 장기기증 사례가 담긴 소식지를 보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게다가 세상을 먼저 떠난 언니와 남동생이 각막 등의 장기를 기증한 것도 김씨의 신장기증 결심에 영향을 미쳤다.

김씨가 신장 기증을 위해 처음 검사를 받았을 때에는 지방간 때문에 기증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꾸준한 운동과 약물치료를 병행하면서 건강한 신장을 기증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2005년 김씨로부터 신장을 이식받은 윤중보(55)씨는 현재 하루하루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신장을 이식받기 전 윤씨는 일주일에 두세 번씩 혈액투석 치료를 받아야 했고, 치료 중에는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특히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없다는 게 무엇보다 힘들었다.

그러나 이식수술을 받은 후에는 산책도 하고 운동도 하는 등 보통의 일상을 되찾게 됐다. 윤씨는 “열심히 운동해 땀을 흠뻑 흘리고 나서 물 한잔 먹는 기쁨을 느낄 수 있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절도 행각으로 교도소를 들락날락하던 최모(69)씨는 신장을 기증하면서 새 삶을 살게 됐다. 그는 신장기증에 대한 기사를 접한 뒤 1991년 20대 남성에게 신장을 기증했다.

최씨는 “신장을 기증하지 않았다면 아마 범죄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라며 “신장기증이 자신의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전했다. 그 이후로 최씨는 만성신부전증 환우 요양시설에서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처럼 장기기증을 희망하는 도민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관계당국의 사후관리 등이 부실해 장기기증 문화 확산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현재 도내 장기기증 희망자는 6000여 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1.2% 수준이다.

지난해 1월 ‘제주특별자치도 장기 등 기증 장려 및 지원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면서 장기기증 희망자가 조금씩 늘어나고는 있지만 전국 평균인 1.8%에는 못 미치는 상황이다. 진료비 지원 등 장기기증자에 대한 사후관리가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장기기증 문화가 조성될 수 있도록 관련 조례를 적극 활용하는 등 관계당국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관계자는 “조례가 제정된 이후 1%에도 미치치 못하던 장기기증 등록률이 1.2%까지 올라갔다”며 “관계당국과의 협조를 통해 올해 말까지 1만 명의 장기기증 등록자를 모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9일 제주웰컴센터에서 제1회 ‘장기기증의 날 기념식’을 진행한다. 이날 행사에서는 그동안 도내에서 장기기증의 참의미를 알린 기증자와 단체를 표창하고, 기증인·이식인을 초청해 생명 나눔의 감동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