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사람도 찬·반 조사…'여론조사=여론왜곡' 논란

도민들 절반 이상 "행정시장 직선제 몰라"…"수년전 강정해군기지 찬반조사와 닮은 꼴"

2013-09-04     이정민 기자

제주도가 행정시장 직선제를 주 내용으로 하는 행정체제 개편안에 대한 여론조사를 결국, 도민의 절반도 모르는 내용을 가지고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4일 제주도가 3개 신문사(제민·제주·한라일보)로부터 제출받은 ‘제주 행정체제개편 관련 긴급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행정시장 직선제 찬반을 묻는 질문에 85.9%가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행정시장 직선제의 인지도를 묻는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해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3000명 가운데 50.7%가 ‘모른다’고 답했다.

조사 전화 전체도 아니고 ‘친절히’ 설문에 응한 사람 중에서도 절반 이상이 모르는 것에 대해 설문을 한 것이다. 폭을 넓혀보면 제주도민 가운데 절반 이상이 ‘행정시장 직선제’를 모르는 것이다.

또 이번 설문에서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해 ‘모르겠다’라고 답한 이들에게까지 찬반을 묻고 응답자에 포함해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한 이들을 대상으로 다음 질문인 ‘그러면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찬·반)를 묻는 것이 일반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현재 행정시장인 제주시장과 서귀포시장을 도지사가 임명하고 있습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부터는 행정시장은 주민이 직접 뽑고 기초의회(시의회)는 두지 않는 행정시장 직선제를 검토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 뒤 ‘행정시장 직선제를 알고 있는 지’를 묻고 모르고 있다고 답해도 ‘그러면 이러한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재차 물어 찬성과 반대로 나눴다.

결국, 행정시장 직선제가 뭔지 제대로 모르는 도민에게도 찬성하는 지, 혹은 반대하는 지 의사를 물어 응답자의 수를 늘린 셈이다.

관련 분야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보면 ‘행정시장 직선제’를 알고 있다는 사람에 대해서만 찬·반을 묻고 분석하는 것이 상식적인 여론조사”라며 “이번 조사는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해 도민들이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몇 년 전에 강정해군기지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찬·반을 물을 때 ‘모른다’는 사람에게도 찬·반을 물어 논란이 된 적이 있다”며 “이번 조사도 절반 이상이 모른다고 했기 때문에 찬성 중 절반 이상은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여론조사 방식에 대해서는 학계 의견이 여러 가지이며 이번 조사는 문제가 없이 진행됐다”며 “이 결과를 토대로 도민의 진실 된 뜻이 어디에 있는 지를 내부적으로 심도 있게 검토해 앞으로 추진 일정 등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여론조사는 도내 거주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유효 표본은 3000명이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1.79% 포인트다. 표본추출은 지역별·성별·연령별 인구비례할당 추출이고 무작위 전화번호 추출방식에 의한 전화조사를 지난 1~2일 이뤄졌다. 조사기관은 (주)코리아리서치센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