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폐는 민폐, 그리고 ‘행정체제개편’-김관후

2013-09-01     제주매일

 

관리들의 부당한 행위로 말미암은 폐단을 관폐(官弊)라 한다. 그 관폐로 국민이 입는 피해가 민폐(民弊)가 된다. 권력있는 사람이 끼치는 폐혜는 관폐가 되고, 권력있는 사람의 폐단으로 권력 없는 사람이 입는 것이 민폐이다.

지금 제주사회는 관폐로 인하여 민폐를 입고 있는 사례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행정시장 직선제’를 앞세운 행정체제개편 논란은 한마디로 관폐이며, 도민 합의 역시 쉽지 않은 상화에서 민폐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8월 20일 4·3유족회가 주최한 한마음 대회에서 제주도 실무자가 행정체제개편에 대한 설명을 시작하자, 일부 유족들이 소리를 지르며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순서에도 없는 행정체제개편 홍보를 끼어 넣었으니, 유족들이 짜증을 낼만도 했다.

『제주풍토기(濟州風土記)』는 조선 후기에 이건(李健,1505~1571)이 지은 한문 수필이다. 그의 문집 『규창집(葵窓集)』에 수록되어 있다. 제주도의 지리적 환경과 기후, 주민들의 생활과 풍습, 특산품 등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특히, 잦은 해풍으로 인하여 조류를 이용한 선박의 내왕에 불편함을 밝히면서 주민들에 대한 관폐가 혹심함을 고발하고 있다.

이약동(李約東, 1416~1493) 제주목사는 민폐를 근절하고 선정을 베풀었다. 1470년(성종 1년) 제주목사로 발탁되어 관청이속들의 부정을 단속하여 민폐를 근절, 선정을 베풀었다. 경사(經史)에 통달하였고 여러 고을의 목민관을 지냈으나 청렴으로 일관하였다. 그래서 귤림서원에 제향되기도 하였다.

폐는 남에게 괴로움을 끼치는 것이다. 어폐(語弊)는 적절하지 않게 써서 일어나는 말의 폐단이나 결점, 남의 오해를 부르기 쉬운 말이다. ‘弊’에 괜히 민(民) 관(官) 어(語)가 붙었겠는가? 이 합체(合體)는 중국어가 아닌 우리만의 어법인 경우가 많다. 영어 등 다른 외국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우리 말글의 도량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지금 우근민 도정이 추진하려는 행정시장직선제는 진정한 기초자치단체 부활과는 너무 거리가 멀다.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부활’이라는 허울 좋은 명목으로 행정시장직선제를 추진하려는 것은 도민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태도이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도민보고회는 너무 요식행위로 관폐가 민폐를 낳고 있다.

민폐는 백성을 괴롭히는, 국민을 못살게 하는 것이다. 민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관리나 관청의 행위이다. 공적인 일인 것처럼 꾸며 민초를 수탈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이 민폐는, 척결(剔抉) 타파(打破) 불식(拂拭) 광정(匡正) 시정(是正) 근절(根絶) 제거(除去) 혁파(革罷) 일소(一掃) 소탕(掃蕩) 등의 강렬한 단어들의 힘의 진행 방향이었다.

행정체제개편과 관련해 제주특별자치도가 의회에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한 공동 여론조사를 제안했다. 의회가 바로 거절했다. 독자적으로 대안을 만들어서 별도의 여론조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관폐가 민폐를 낳기 시작했다. 여론조사에는 또 도민의 혈세가 낭비될 것이다.

또 제주도는 행정체제개편 도민보고회를 야간에도 개최한다고 하더니, 읍면동 민원실과 다중이용시설 등에 행정체제개편안 홍보리플릿을 비치한다고 한다. 특별반상회 대신 TV매체를 활용한 보고도 병행하는 계획도 세운 모양이다. 어느 도민이 그것에 관심을 가질지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