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3관왕 모독한 SK텔레콤
SK텔레콤이 한라산 백록담에 불법적으로 통신기지국을 설치, 4년 동안이나 운영해 왔다고 한다.
백록담을 포함한 한라산 일대는 천연기념물로서 국가지정 문화재이자 국립공원이며 제주도가 지정, 보호하고 있는 절대 보전 지역이다. 그리고 자연-지질-생물권 등 제주가 보유한 유네스코 등재 3관왕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이 뿐이 아니다. 백록담은 ‘설문대 할망’과 ‘오백장군’ 사이에 얽힌 설화의 발상지(發祥地)로 제주도민들이 준성지시(準聖地視)하는 곳이기도 하다. 문화재청과 제주도의 승인이나 허가가 없으면 현상 변경 불가는 물론, 풀한 포기 나무 한그루라도 훼손해서는 안 될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텔레콤이 겁도 없이 안테나 4기를 갖춘 기지국을 백록담에 설치, 4년간이나 운영해 왔다니 이는 유네스코 3관왕에 대한 모독이자 제주도민에 대한 오만이다. 백록담 불법 시설물설치를 유네스코가 알았다면 얼마나 실망하고 비웃었겠는가.
설사 이 기지국 설치가 한라산의 환경과 생태계를 감시하고, 휴대전화 통화를 원활히 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하더라도 그 목적이 ‘백록담 기지국 불법 설치’의 과오를 결코 상쇄할 수가 없다.
그리고 도대체 제주도는 그동안 뭐했는가. 보도에 따르면 제주도는 2009년 SK텔레콤과 기지국 설치에 대한 협약을 맺었다는 데, 그렇다면 ‘백록담 설치’를 이미 4년 전에 알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결국 제주도는 백록담 기지국 불법 설치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묵인한 셈이 됐으며, 더 나아가 SK텔레콤과 공모(共謀)했다는 비난을 받아도 달리 변명 할 길이 없을 것이다.
SK텔레콤은 말썽이 일어서야 뒤늦게 ‘백록담 기지국’을 철거, 다른 데로 옮길 것이라는 데, 분명히 알아 둬야 할 것은 차후에도 백록담에는 이번과 같이 기지국이 들어서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문화재청과 제주도는 기지국뿐만 아니라 그 어떤 대소(大小) 시설물도 백록담 설치를 허가해서는 안 된다. 입으로는 유네스 3관왕을 보물이라고 극찬 하면서 행동으로는 엉뚱한 일을 저지른 다면 그것은 국가든 개인이든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