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불법기지국 SKT가 사실상 '甲'…道, 영구독점권 부여
타 통신사 무선국 설치 땐 SKT와 사전 협의토록 협약
SKT가 운영포기 않으면 효력지속…'허가권' 행사
SK텔레콤이 한라산 백록담 통제소에 무단으로 안테나를 설치해 물의를 빚고 있는 것(본지 8월 29일자 1면)과 관련, SKT측이 한라산 정상 무선국 설치에 대한 독점적 지위마저 누려온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도는 2009년 초 한라산 백록담 및 왕관릉 일대의 영상을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산불 등 자연재해에 대비하기 위해 ‘재해예찰 실시간 동영상 서비스시스템’ 구축사업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SKT와 KT 등 2개 업체가 백록담 정상에 무선기지국 설치를 조건으로 동영상 시스템 지원을 제안했으며, 제주도는 지원금을 더 많이 제시한 SKT를 사업자로 선정했다.
이후 제주도와 SKT는 그해 5월 ‘한라산 국립공원 CCTV 및 무선국 구축 관련 기본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협약에서 제주도는 SKT측에 한라산 정상 무선국 설치에 대한 독점적 지위를 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신 SKT측이 용진각에서 백록담 정상까지 2.5㎞ 구간에 CCTV 구축에 필요한 광케이블과 전기선로를 구축하고, CCTV서비스에 필요한 광케이블 사용요금(연간 1950만원)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조건이었다.
또한 무선국 운용기간 동안 관련시설의 유지보수를 SKT측이 전적으로 부담하고, 한라산 정상에서 근무하는 직원 2인에게 휴대폰을 지급 및 사용료를 면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협약서 4조 3항에는 “‘세계자연유산관리본부’가 타 통신사에게 CCTV 및 무선국 구축 지역범위에 무선국을 허가할 시 반드시 'SKT'와 사전 합의 후 허가한다”고 명시돼있다.
전체적으로는 제주도에 유리한 협약으로 볼 수 있지만 SKT가 무선국 설치와 관련해 다른 경쟁사의 진입을 차단할 수 있는 ‘허가권한’을 갖게 된 것과 다름없다.
이 조항으로 인해 KT나 LG U+등 경쟁 통신사들이 한라산 백록담 및 왕관릉 일대에 무선국을 설치하려면 SKT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한라산 백록담의 경우 대한민국 최고봉이라는 상징성이 있어 마라도, 독도 등과 함께 통신서비스 광고시 엄청난 메리트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SKT는 한라산 정상에서도 LTE-A가 개통됐다는 광고를 제작 방송하고 있다.
독점적 지위 기간도 무선국 운용 종료일로 명시돼 SKT가 무선국 운용을 포기하지 않는 한 효력이 계속되는 것이다.
한라산국립공원사무소 관계자는 “불법 안테나를 철거하면서 무선국 운용이 종료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문화재청의 현상변경 허가 조건도 이동통신 3사가 다 같이 참여하는 것으로 변경돼 독점적 지위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