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모습에서 본 제주도민의 교통문화지수?(양창훈)

2013-08-28     제주매일
 드디어 비가 쏟아졌다. 농민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활짝 폈다. 올 여름은 폭염과 가뭄으로 농작물에 물을 주지 못해 농민들은 발만 동동구르며 여느 여름보다 시름이 깊었을 줄 안다. 그야말로 단비다.
 필자는 2005년 2월 경찰에 입문, 경력 10년이 되지 않은 경찰이다. 이 직에서 오래 근무하진 않았지만 제주경찰로서 연일 시름에 잠겨 고민하는 것이 있다. ‘전국최하위 제주도민의 교통문화지수’ ? 라는 물음의 답을 얻는 것이다.
『교통문화지수 제주 2년 연속 최하위』도로교통공단의 평가에서 제주는 2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 1000만명 관광시대를 열고 있는 관광도시 제주의 명성에 반해 교통문화 지수는 드러내고 싶지 않은 치부와도 같다. 제주경찰은 '교통사망사고 줄이기 100일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교통문화 준수 확립에 노력하고 있다. 제주경찰에 속한 필자는 교통문화를 개선하는데 어떤 것이 도움이 되는지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의 입장에서 우선 생각나는 것은 교통법규위반자에 대한 단속이다. 하지만 채찍만이 능사일까? 일시적 효과는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단속만이 능사는 아닌 듯하다. 며칠 전 아내가 퉁명스럽게 용지를 여러장 달라고 한다. 뭘 달라는 거냐며 물었다. ‘착한마일리지서약서’를 달라는 것이었다. 앞으로 교통법규를 잘 지키겠다며 회사동료들과 작성하여 제출한단다. 운전에 있어서 초보인 아내가 경찰 남편에게 건넨 말이다. 아내의 말투에서 평소와 다르게 교통법규를 준수하며 운전하겠다는 자발적인 모습이 보인다. 이쯤 되면 아내를 위해 미처 서약서를 준비하지 못한 남편은 아내보다 못하다. 8월 1일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착한운전 마일리지 제도’의 서약서에는 운전자 스스로가 교통법규를 자발적으로 준수하며 지켜나가겠다는 의지가 반영되어 있다. 반응도 좋다. 여기서 필자는 힌트를 얻는다. 운전자가 자발적으로 동참해 나가면서, 운전자 스스로 교통문화지수를 높일 수 있는 착한마일지지와 같은 시책을 제주경찰이 도민을 위해 지속적으로 마련해 준다면, 아내의 입에서 퉁명스럽게 나온 말이지만 그 말이 씨가 되고 열매가 되어 ‘제주의 교통문화지수는 전국최하위가 아닌 전국최상위’가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보며 오늘도 필자는 고민을 계속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