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유치 미끼’ 억대 사기극
“관광공사와 합작해 골프장 주변 땅 매입”
경기침체로 제주지역 대규모 관광지 개발사업들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제주관광 개발사업과 직.간접으로 연계된 사기와 뇌물수수 등 대형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자유도시 건설과정에서 역외자본을 유치,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적신호가 켜지는 한편 제주지역에 대한 투자 신뢰성도 크게 위협받고 있다.
서울경찰청 외사과는 15일 외국 투자회사 한국 지사장 행세를 하면서 ‘투자금을 유치해주겠다’고 속여 거액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아역 탤런트 출신 천모(36)씨를 구속하고 공범 정모(28ㆍ여)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천씨는 지난해 8월 동거녀 정씨와 알고 지내던 화장품 판매회사 사장 이모(48ㆍ여)씨에게 자신을 태국의 투자회사 I사의 한국 지사장이라고 속이고 “미화 2300만달러(한화 240억원)를 유치해주겠다”면서 접근한 뒤 투자금 유치신청비와 토지 감정비 등으로 1억8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제주도에 호텔을 짓고 화산재로 만든 화장품 회사를 세우려던 이씨는 지난해 12월까지 10차례에 걸쳐 천씨 계좌로 수천만원씩 1억8000만원을 입금했으나 결국 떼이고 말았다.
천씨는 과거 리조트 회사에 근무하면서 통역인으로 알게 된 태국의 투자회사 I사 지자상과 주고받은 e-메일을 이씨에게 보여주고 제주관광공사와 합작해 골프장 주변 땅을 매입했다는 등의 거짓선전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에 앞서 서울지검 금융조사부는 지난 14일 국민연금관리공단 전.현직 간부들의 비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7월 제주지역 모 관광지구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서 5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 뒤 알선료 명목으로 50억원이 오고 간 것을 비롯해 이 과정에서 또 1억원의 뇌물이 오고 간 사실을 적발했다.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 공단 전. 현직 직원 및 사업시행자 등을 사법처리 했다.
검찰의 수사목표는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의 ‘비리’ 에 집중됐으나 이 과정에서 거액의 뇌물이 오간 제주지역 관광지 개발사업이 전국적으로 도마에 올랐다.
이처럼 제주지역 개발사업 과정에서 뇌물수수 및 사기 등의 범죄가 전국적으로 공공연하게 전파되면서 제주지역 개발을 위한 민간자본 유치에 적신호와 함께 제주개발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