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오태익
덥다. 정말로 덥다. 이제 입추도 지났으니 지독했던 마른장마와 무더위도 물러가리라 생각한다.
우리 선조들은 일 년을 24절기로 나누어서 거기에 맞게 계절이 바뀜을 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아니다.
제주지방의 장마는 폭염이란 말에 걸맞게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장기간의 마른장마로 감귤을 비롯한 농작물이 타들어가고 있다. 대책 없이 하늘만 쳐다보는 농부의 타는 마음을 말해서 무엇 하랴.
중부지방에만 오래 머문 장마전선은 한반도의 날씨를 짐작할 수 없게 만들었다.
제주지방은 이번 달도 무더울 때가 많고 하순에는 지역에 따라 많은 비가 올 것으로 기상청은 예측하고 있지만, 하늘의 일은 봐야 안다.
애써 가꾼 농작물을 마른장마 한 건으로 강타를 당했으니 이건 정말 억울한 일이다. 아무리 농사는 90%가 하늘이 짓고 나머지 10%를 농사꾼이 짓는다지만 말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절망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것이 인간이다. 수십 억 인구가 어려움을 헤치면서 살아감을 구태여 증거를 대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사소한 일로 절망하는 것이 인간이라면 지금 인구의 반도 남아있지 않을 터이다.
절망을 딛고 인간승리를 얘기할 때 우리는 헬렌 켈러 여사를 우선한다.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고, 말하지도 못했으면서 정상인의 몇 배나 되는 업적을 남기지 않았는가. 국내에도 장애를 딛고 정상인의 반열에 섰던 사람들의 얘기를 가끔 듣는다. 조그만 장애도 때로는 정상인의 근처에 가기가 많이 어려워진다.
6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6월 2일부터 8월3일까지 발생한 온열환자는 493명이며 이 가운데 두 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주로 오후3~6시 사이에 실외작업장이나 논밭에서 일하다 쓰러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폭염에 쓰러지지 않고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고령의 노약자나 만성질환을 앓는 사람은 체온조절이 쉽지 않으므로 무더위에 대한 적응이 더 힘들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대한민국 국민은 몇 번이나 병·의원이나 약국을 방문할까? 라는 5년 전 모 중앙지의 통계가 눈에 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태어나서 80세까지 산다고 했을 때 평균 2509회를 병·의원이나 약국을 방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생각보다 많은 횟수가 아닌가. 그 만큼 건강을 잘 유지하면서 살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입원의 경우는 입원일 수만큼 회로 계산하고 약국 방문은 의사의 처방을 받아 전문의약품을 사기 위해 방문한 횟수만 포함시킨 수치다. 예를 들어 3일 입원하면 병원을 3회 방문한 것으로 계산했다.
여러 상황에 건강을 지키면서 한 세상을 사는 것은 쉽고도 어려운 일일 성싶다. 지금도 건강을 지키기엔 악조건이지만 한 때일 뿐이다.
제주기상청에 따르면 ‘당분간 낮은 33도 이상, 열대야’가 된다고 하니 별 상황이 우리를 힘들게 한다. 그렇지만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는 것은 ‘의지의 한국인’들처럼 살아갈 일이 아닌가.
사실 살아오면서 더위보다 더 힘들었던 때도 많았다. 추운 겨울에 형제들끼리 서로 발을 막고 추위에 떨면서 밤을 샌 추억이 있는 사람도 많을 터이다.
시원한 물을 한 바가지 끼얹고, 선풍기도 틀고 하다보면 여름이 물러갈 터이지만 힘들었던 여름임은 틀림이 없다.
오 태 익(제주매일 객원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