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 고지는 ‘대충’···요금 결제는 ‘칼’
사설 전화번호부 업체, 상호 등록비 매월 꼬박 챙겨
2013-08-26 김동은 기자
제주시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는 양모(49·여)씨는 얼마 전 휴대전화 이용요금 고지서를 받아보고 화들짝 놀랐다. 이용하지 않은 내역의 ‘소액 결제’가 이뤄진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통신사에 확인한 결과 전화번호부 상호에 갤러리가 등록됐다는 명목으로 1년이 넘도록 매달 꼬박꼬박 2만2000원씩 결제됐던 것이다. 평소 고지서상의 요금 내역을 꼼꼼히 살펴보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
그간 휴대전화 요금이 많이 나온 게 잦은 해외출장과 여행 등으로 로밍서비스를 자주 이용하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했었다. 더구나 최근 받아본 고지서에서는 3개월 치인 6만6000원이 한꺼번에 부과되기도 했다.
양씨는 전화번호부 제작업체에 전화를 걸어 결제 사실에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약관 규정상 문제가 없다”는 말 뿐이었다.
‘전화번호부 상호별 분류에 동의하느냐’고 묻는 전화 통화에서 양씨가 업체 측에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를 확인해줬다는 게 그 이유였다.
양씨는 “전화번호부 책자에 갤러리에 대한 상호별 분류를 해준다는 전화가 왔길래 안 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양씨는 업체 측에서 ‘상호 등록’을 종용하면서도 요금이 부과되는 사실을 전혀 고지하지 않았다고 했다.
양씨는 이어 “업체 측에 전화를 걸어 결제 사실을 사전에 고지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따져 물었지만 소용없었다”며 “지금까지 결제된 부분에 대해선 환불해 줄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고 덧붙였다.
진모(36)씨 역시 안씨와 마찬가지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전화번호부 상호별 분류에 동의해 매달 소액결제 피해를 입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분통을 터뜨려야만 했다. 업체 측에 항의했으나 “추후 결제가 되지 않도록 하겠지만 환불은 해줄 수 없다”는 답변만 늘어놨다.
취재 결과 해당 전화번호부는 업종편 일부 상품만 무료였고, 상호편 등 대부분의 상품이 유료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전화번호부 제작업체 측은 “전화번호부 업종편 일부 상품은 무료로 등록이 가능하다”며 “유료 상품인 경우 결제가 된다는 사실을 고객들에게 알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제주소비생활센터 관계자는 “상품을 홍보하는 전화가 걸려올 경우 직원의 말을 무조건 믿기 보다는 유료 상품인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며 “특히 매달 휴대전화 이용요금 고지서를 확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