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蘭)의 난(亂)(강문상)
2013-08-25 제주매일
엊그제 새로 취임한 서귀포시장에게도 사회 곳곳에서 보내온 꽃 화분은 집무실을 훌쩍 뛰어 넘어 3층 복도에까지 점령된 것을 보면서 꽃향기에 가려진 진실게임은 노동조합에서 하루빨리 개선책을 내놓아야 되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금년 초, 전공노 양산시지부에서는 ‘공직자 승진이나 전보와 같은 인사철마다 관행적으로 받아온 꽃 화분 배달풍경을 차단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서귀포시지부 역시 ‘란의 난’을 시도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상당한 준비 작업을 진행해 왔다.
공무원행동강령 제14조(금품 등을 받는 행위의 제한)에 따르면 직무와 관련된 3만 원 이상의 선물이나 향응은 수수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다.
최근에는 화분을 수거해 싼값에 팔거나, 불우시설에 기탁하는 형태로 성행하고 있으나 이 또한, 결국 남의 돈으로 불우이웃을 돕는 생색내기용에 불과할 뿐이다.
일부 고위직은 화분이 배달되어오면 리본 떼기에 바쁘지만, ‘눈 가리고 아웅’이다. 현실이 이러한데도 제주도는 지난 해 전국 청렴꼴찌에서 벗어나려는 진정한 의지는 별로 없어 보인다. 청렴은 직원들을 한군데다 모여 놓고 오른 손 치켜들며 선서를 하거나 맹목적인 예방교육과 같은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예컨대, 초과근무수당 챙기기 앞에 누구도 자유롭지 못한 시스템이나 개연성부터 발굴하고 차단하려는 의지가 우선돼야 한다.
특히 최고위직과 노조임원과의 식사자리에서조차 과도하게 벌리려는 술판관행부터 일소하지 않는 한, 그저 공염불일 뿐이다.
한편, ‘화분 안 주고 안 받기 운동’에는 꽃집 자영업자들이나 화훼농가의 어려움이 불가피하게 수반될 것이다.
그러나 청렴강국으로 가기위한 불가피한 살점 도려내기 앞에서는 이유가 될 수 없다는 점과 결국 공직사회가 부패할 경우 시민의 삶의 질과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이는 시민의 동참과 이해로서 해쳐나가야 할 별개의 문제라고 보여 진다.
결국, 어느 것의 비중을 크게 둘 것인가에 따라 란과의 난에서 승패는 갈릴 것이다.
강문상(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귀포시지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