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라도 자주 내려라"…아쉬운 단비
19일 동부지역 최고 19mm 비…당근농가 '웃음'
애월 등 서부는 여전히 땡볕…폐작 걱정 '한숨'
가뭄과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 제주지방에 19일 단비가 내려 타들어 가던 농심을 적셨다.
하지만 제주 서부지역에는 적은 양의 비만 내려 농민들의 시름을 깊게 했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제주 동부지역 강수량은 성산 19.3㎜, 구좌 9.5㎜, 선흘 9㎜ 등을 기록했다.
서부지역 강수량은 고산 0.7㎜, 모슬포 8.5㎜를 기록했고 남부지역도 서귀포시만 14.5㎜의 비가 내렸을 뿐 회수.중문 3.5㎜, 남원 2.8㎜ 등을 기록했다.
이처럼 지역마다 강수량 편차가 발생하면서 농가들의 표정도 강수량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이날 오전 제주 동부지역은 모처럼 내린 단비로 타들어 가던 농민들을 웃음짓게 했다.
가뭄을 완전히 해갈하기에는 모자라지만 바짝 타들어가던 농심을 달래기에는 충분한 단비였다.
특히 당근 파종을 끝내고 매일 물을 대며 비를 기다리던 구좌읍 일대 농가에는 말 그대로 ‘단비’였다.
김명수(54.세화리.구좌의용소방대장)씨는 “지난 7월에 파종한 당근 묘종이 가뭄과 폭염 때문에 말라죽어 지난 7일 재파종한 상황”이라며 “이번에도 당근이 죽으면 파종 시기를 놓쳐 올해 농사는 망치게 되는데 오늘(19일) 비가 내려 천만 다행”이라고 말하며 안도했다.
이어 김씨는 “오늘 비가 내리긴 했지만 아직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3~4일 계속해서 비가 내려야 가뭄이 해갈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가 내리는 것을 보고 밭에 나왔다는 부향추(78.여.면수동)씨는 “작년에는 태풍으로 당근이 다 떠내려가 농사를 망치더니 올해는 가뭄으로 말라죽고 있다”며 “많이 부족하지만 오늘 내린 비로 일단 한숨은 돌릴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씨는 “하지만 계속해서 비가 내리지 않으면 이제 싹이 올라오고 있는 당근도 모두 말라죽을지 모른다”며 “빨리 비가 내려야 한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그러나 같은 날 제주 서부지역은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농민들의 시름을 깊게 했다.
양기탁 봉성리장은 “이번 주에 양배추와 브로콜리 등의 묘목을 밭으로 옮겨 심어야 하지만 비가 내리지 않아 근심”이라며 “급한 데로 급수지원을 받아 작물에 공급하고 있지만 이번 주말까지 비가 오지 않으면 올해 농사도 망치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