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무시되는 행정체제 개편논란

2013-08-18     제주매일


우근민 제주도 지사의 공약인 ‘기초자치부활’로 초래된 이른바 행정시장 직선제 문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불볕더위를 동반한 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도민들은 곳곳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데 지방정부를 비롯한 지방 정치권은 ‘행정체제 개편’이라는 허울 좋은 정치 싸움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일고 있는 행정체제 개편 논란의 다분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개되는 일종의 정치싸움 인상이 짙다. 사실 이 문제를 끌고 가고 있는 우 지사 입장에서는 그것이 ‘제주형’이건 아니건 간에 현재의 이 같은 정치적 논란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나쁠 게 하나도 없어 보인다. 왜냐면 이 문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또다시 핵심쟁점이 될 것이 뻔 하기 때문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그러했듯 ‘특별자치도 완성’이라는 큰 틀을 그리면서 기조자치 부활에 정면으로 반대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특별자치도 출범의 의미와 그 목표를 강조면서 시.군폐지의 당위성을 역설할 것이 자명하다.
이와 함께 3명의 현역 국회의원을 둔 민주당 또한 이들이 주축이 돼 제주특별자치도를 탄생시킨 만큼 특별자치도 완성에 무게를 두고 기초자치 부활 문제를 외면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기초자치부활의 부당성을 더 지적하고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궁극적으로 우 지사가 기대하는 ‘예정된 절차의 공약 싸움’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모습이다. 우 지사 처지에서 보면 말 그대로 자신은 기초자치 부활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여야 정치권이 반대하는 바람에 이를 추진할 수 없었다는 공약 불이행 논리를 개발하게 되는 셈이다. 이와 함께 기초자치 부활을 기대하는 유권자들을 자연스럽게 자신의 지지층으로 끌어들이는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 여야 정치권이 우 지사에게 멍석을 깔아주고 있다.
정치권이 명목상으로는 행정시장 직선제 문제로 날을 세우고 있지만, 내면적으로는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해 치열한 기 싸움을 벌이면서 정작 정치의 중심인 유권자들이 설 곳은 좁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