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상가엔 모습 감춘 ‘8·15 태극기’
행정에서 설치한 태극기만 도로변서 ‘펄럭’
“독립정신 기리는 날 보기 어려워 씁쓸”
2013-08-15 김동은 기자
제주도는 지난 12일부터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각 가정에 태극기를 달도록 당부하는 한편, 태극기를 달고 인증 샷 찍기, 마을 앰프 및 아파트 관리사무소 태극기 달기 안내 방송을 실시하는 등 태극기 달기를 유도했다.
또 국기 청결상태 점검을 비롯해 훼손된 국기 교체 등 국기 관리에 철저를 기해줄 것과 기업과 단체에서도 태극기 달기 운동에 적극 동참하도록 홍보 활동을 펼쳤다.
아울러 제주시도 아파트 등 공동주택를 비롯해 시내 주요도로, 국도변 가로등, 상가, 읍면지역 마을안길까지 태극기 달기 운동을 진행했다.
이처럼 행정당국이 대대적인 태극기 달기 운동을 전개했지만 광복절인 15일 오전 본지 취재진이 제주시내 주요 주택가와 상가 등을 살펴본 결과 태극기를 좀처럼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이도2동과 도남동에 있는 아파트 단지의 경우 태극기가 게양된 곳은 손에 꼽을 정도였으며, 아예 게양되지 않은 곳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건입동을 비롯해 일도1·2동, 노형동, 연동 등의 주택가와 상가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의 발길이 많은 제주시청 학사와 중앙로 일대에서도 일부 상가들만 태극기를 내걸고 있었다.
중앙로의 한 상가 업주는 “국경일마다 태극기를 게양하겠다는 마음은 먹고 있는데 생각처럼 잘 안 된다”며 “다음 국경일부터는 태극기를 미리 준비해 게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와는 달리 제주시내 도로변 가로등에서는 행정당국에서 걸어 놓은 태극기가 즐비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시민 박모(35)씨는 “나라를 되찾은 것을 기뻐하며 독립 정신을 기리는 날인데 태극기를 보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며 “국경일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떨어지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국경일 제주시 관내 태극기 게양률의 경우 주요 도로변 상가는 평균 53~59% 수준이었고,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는 평균 2~51%로 나타나는 등 상당히 저조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