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착한 아줌마의 입양이야기-강성분

2013-08-14     제주매일

‘안 해봤으면 말을 말라’는 말이 있다. ‘안 해봤으면 쓰지 말자’고 다짐해본다. 내가 해봤고, 하고 있는 행위들은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가끔 사회적 반응이 매우 흥미로운 경우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입양’이다.
큰 아들은 배로 낳았고 작은 아들은 마음으로 낳았는데 입양센터를 통한 공개입양이었다. 대한민국에서 ‘입양’이라는 화두는 언제나 ‘고아수출’이라는 오명을 덮어 쓴 채 치부처럼 여겨지고 있다.
입양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관심과 인식의 부족을 탓하며 그 고양을 주장하지만 경험해본바 나는 이것을 자신감의 문제로 보고 있다. 의외로 꽤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 입양을 생각해 본다고 한다. 놀라운 사실이다.
그러나 입양을 좋은 일이지만 막상 하기는 어려운 일, 착하거나 형편이 좋은 사람들이나 가능한 일로 생각하며 보통 사람인 자신은 엄두도 내지 못할 일로 지레 여기고 만다. 참고로 나는 착하거나 바르거나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작은 아들을 입양할 때 주위의 반대가 컸다. 하지만 나 같은 사람도 입양이 가능할 뿐 아니라 오히려 참 괜찮은 편이라는 사실을 지극히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사례로서 증명하고 싶다.
그리하여 보통사람들이 입양에 자신감을 갖길 바란다. 나의 친언니는 “네가 낳은 자식이나 잘 키워라. 돈이 넘치니? 애는 막 굴려 키우면서 너한테 입양되는 애는 뭔 죄냐?”라고 했었다.
자식교육을 잘 시키는 사람은 자기 자식 잘 키우기 바빠 어렵다. 돈이 너무 많으면 나중에 재산 싸움 날까 겁이 난다. 보통은 양육비를 걱정하지만 나는 반대로 생각한다. 일단 의식주에는 별로 더 들어갈 것이 없다.
큰 아들은 모든 옷의 99%를 얻어 입고 작은 아이는 그대로 물려 입는다. 중산층 한 가정에서 버려지는 음식물 양을 고려하면 숟가락 하나 더 놓는 일이 어렵다고는 할 수 없다. 배우고 싶은 건 스스로 길을 찾도록 하고 있다. 해서 사교육비는 현재 한 푼도 들지 않는다. 현재의 경쟁교육 방식에서 한 발짝 물러나면 더 큰 것이 보인다.
나는 두 아들이 서로 힘을 합쳐야 살 수 있도록 한 푼의 재산도 물려주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형제끼리 재산 때문에 안보고 사는 일은 없을 게다. 정말 내 자식처럼 사랑할 수 있을까? 그것은 아기와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알게 된다. 시부모님도 입양을 하면 안보고 살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막상 아기를 보자 채 몇 시간도 안 되어 푹 빠지시더니 “다른 사람들도 입양해도 되겠다.”고 하셨다.
나중에 아이가 상처 받을까 걱정이지만, 이 험한 세상에 저 잘되기만 바라는 엄마가 둘이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알려줄 것이다.
이렇듯 우리 가족은 입양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하나씩 하나씩 깨 나갔다. 법적인 절차가 어려울 것 같지만 입양기관에서 대부분 도와준다. 입양이 쉬운 일이라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해보니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더라고, 두런두런 아줌마 수다를 떨었다. 나는 입양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아이구 좋은 일 하시네요. 복 받으실 거예요”한다. 듣기 거북했었다. 헌데, 엄마한테 혼나면서 형제끼리 끌어안고 꺼이꺼이 우는 것을 보면 복을 받고 있는 게 맞다.
강성분-자연농 농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