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나무꾼과 사자(전선권)

2013-08-13     제주매일
고대 그리스는 우리에게 서구 유럽의 중요한 사상의 근간이 되는 인간 중심적인 사고나 이성 중심주의, 민주주의 등을 가르쳐주고 특히 그리스 신화는 서양의 문학, 철학, 건축, 미술을 이해하는 원천이 됨은 물론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워주는 커다란 이야기로 알고 있다.
수천년의 긴 역사를 가진 그리스는 모든 면에서 경험이 풍부한 나라이므로 구전으로 전해 내려오는 문학 또한 풍부하며 양적인 면에서도 방대하다.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와 같이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으며 구전돼온 그리스의 민담, 즉 옛날 이야기 중에서 ‘늙은 나뭇꾼과 사자’는 막말이 난무하는 요즘 세태에 말 한마디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교훈이라 되새겨 본다.
주 내용은 이렇다.
옛날 가난한 노인이 있었다. 노인은 매일같이 숲으로 가서 도끼로 나무를 베었다. 그러던 어느날 노인은 한 사자를 알게 되고 마침내 그 사자와 친한 사이가 됐다.
그 사자는 노인을 생각해 나무를 대신 베어 줬다. 그렇게 허물없이 지내던 어느 날 할아버지와 사자가 무심결에 터놓고 대화를 하게 된다.
“할아버니 제가 얼마나 멋쟁인 인지 할아버지께서도 인정하셔야 할 것입니다. 저는 훌륭한 점은 다 가지고 있어요”
“그래, 너는 모든 것이 다 좋지만 나쁜 점이 딱 한 가지 나쁜점이 있단다. 네 입에서 너무 냄새가 나는 구나”
노인으로부터 이 같은 말을 듣게 된 사자가 벌떡 일어나더니 “할아버지, 도끼로 제등을 힘껏 치세요”라고 말했다.
사자의 거듭된 요구에 결국 노인은 도끼를 들어 사자의 등에 손가락 두 개만한 깊이의 상처를 내었다.
그 후에도 노인은 매일 숲으로 갔으며 사자는 상처가 아물었지만 나무를 베어 노인에게 주었다.
한참 세월이 흐른 뒤 사자가 노인에게 말했다.
“할아버지 제 등이 어떤가 봐 주세요” “아주 깨끗이 아물었구나” 노인이 대답했다.
“제 상처는 아물었어요. 그러나 제 입에서 냄새가 난다는 할아버지의 말씀은 제 가슴속에 남아있어요. 그러니 이제부터 다시는 제게 오지 마세요. 할아버지를 잡아먹어 버릴테니까요”
사자가 자신의 응어리진 마음을 털어 놓았다.
여기서 유래된 속담이 ‘칼로 입은 상처는 쉽게 아물지만 말로 입은 상처는 영원히 남는다’는 것이다.
사회생활이건 가정생활이건 상대에 대한 언행은 아무리 조심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전선권 그리스박물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