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도 힘들다. 이기려면 우리도 해야 한다’
기록적인 ‘폭염’과 살인 적인 ‘체중감량’, 땀으로 이겨낸다
제94회 전국체전 참가 제주복싱 하계훈련 현장을 가다
덥다. 기록적인 폭염 속에 사람들은 냉방기 앞으로 모여든다. 창문 사이로 흘러드는 후텁지근한 바람을 위안 삼아 목표를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리는 선수들은 덥다고 쉴 수가 없다.
제주도체육회는 지난달부터 2013 하계강화훈련을 시작했다. 오는 10월 인천체전에서 메달 수확을 위해 혹독한 여름나기 중인 복싱부 선수들의 훈련장을 찾았다.
지난 7일 오후 남녕고 복싱체육관. 도내 중․고교 및 실업팀 선수 20여명이 훈련을 하고 있는 곳이다.
벌써 두 시간째 샌드백을 치고 있는 선수들의 유니폼은 땀으로 흠뻑 젖어 마치 물놀이를 마친 사람들처럼 보인다. 체육관 바닥 역시 선수들이 흘린 굵은 땀으로 흥건한 상황.
창문으로 들어오는 뜨거운 바람과 선수들의 열기가 더해지면서 체육관 안은 마치 사우나에 온 듯한 착각을 들게 한다. 실제로 체육관 안에 들어온 지 몇 분이 지나지 않아 뺨과 등을 타고 흐르는 땀방울을 느낄 수 있었다.
벌써 3주째 이 같은 지옥 같은 훈련이 반복되고 있다. 훈련장 밖은 연일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각종 날씨 관련 기록(폭염(열대야)일수, 최저 강수량 등)들을 갈아 치우는 요즘이다.
무더위와 함께 선수들을 힘들게 하는 것이 또 있다. 바로 ‘체중감량’이다. 체급 선수들의 숙명과도 같은 이 과정은 대회 기간 내내 선수들을 괴롭힌다.
남고부 웰터급 김석천(남녕고 3) 역시 혹독한 여름훈련 기간 가장 힘든 것이 ‘체중 감량’이라고 말한다.
김석천은 “평소엔 73kg정도를 유지하지만 대회전까지 69kg으로 맞춰야 하기 때문에 현기증이 날정도”라고 말했다.
김석천은 하지만 “오늘 흘린 땀만큼 내 기량이 올라가는 것이라 믿는다. 전국체전에서 꼭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전국체전 정상을 향해 달려가는 복싱부 선수들의 훈련일정은 그야말로 살인적이다. 매일 오전 7시부터 시작된 훈련은 오후․밤 훈련까지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진행된다.
일반인들의 경우 밥을 굶으면 쉽게 빠지는 체중이지만 이들은 먹으면서 빼야 하기에 그 과정은 눈물겹다.
음식을 섭취하지 않을 경우 탈수 등 급격한 체력 저하로 인해 위험한 상황까지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도 코치는 선수들에게 “물을 많이 마셔야한다. 살을 빼야한다고 참지 말고”라며 다그치기 일쑤다.
하지만 담당 코치 역시 이런 혹독한 훈련을 받는 선수들이 안쓰럽긴 마찬가지. 오후 훈련이 끝나고 모인 선수들에게 “조만간 해수욕장 한번 가자”는 말로 지친 선수들을 위로한다.
‘상대도 힘들다. 이기려면 우리도 해야 한다’ 선수들은 매일 이 같은 다짐을 하며 이 지옥 같은 여름 훈련을 이겨내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시작된 하계강화훈련은 이달 말까지 도내 전 종목 선수들이 참가한다. 이제 전국체전까지는 채 70일도 남지 않은 상황.
방학가간을 맞아 일부 종목은 전지훈련을 떠났고 일부는 제주에 남아 오직 땀으로 혹독한 여름을 이겨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