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비...가뭄 해갈에는 역부족"
4일 강수량 고산 9.2㎜, 유수암 6.5㎜, 한림 2.5㎜ 기록
“이번 비로 일단 급한 불은 끄겠지만 조만간 비가 내리지 않으면 올해 농사를 다 망치지는 않을까 걱정입니다.”
오랜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던 제주지방에 모처럼 비가 내려 바짝 말라 타들어 가던 밭작물과 농민들의 마음에 잠시나마 해갈의 기쁨을 안겨줬다.
하지만 가뭄을 완전히 해갈하는 데는 강수량이 턱 없이 부족, 급수 지원과 농업용 저수지 건설 등의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4일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제주지방은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에서 대기가 불안정해 국지적으로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소나기가 내녀 추자도에 44.0㎜의 비가 내린 것을 비롯해 제주시(건입동) 10.9㎜, 아라동 10.5㎜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 가뭄이 지속되고 있는 서부지역에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농민들을 애타게 하고 있다.
서부지역은 고산 9.2㎜, 유수암 6.5㎜, 한림 2.5㎜ 비가 내리는 데 그쳤다.
서귀포지역도 서귀포 1.0㎜, 회수 3.0㎜, 중문 3.5㎜, 서광 6㎜를 기록했다.
이날 내린 비는 가뭄 해갈에 턱없이 부족했지만 장기간 계속된 가뭄에 마음이 급한 농가 입장에서는 아쉽지만 더없이 반가운 비였다.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와 봉성리 일대에서 만난 농민들은 적은 강수량에 아쉬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도하고 있었다.
비가 내리자 비치 모종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밭에 나왔다는 고원용(80.제주시 애월읍 봉성리)씨는 “비치 모종을 밭에 옮겨심기 위해 며칠 전부터 밭에 물을 뿌리며 파종 준비를 했지만 가뭄 때문에 엄두가 나지 않아 미뤄왔다”며 “다행히 비가 와 비치 파종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며 밝게 웃었다.
반면 일부 농민들은 뒤늦게 내린 비를 바라보며 아쉬움의 탄성을 내지르기도 했다.
참깨를 수확하던 장영해(65.여.하가리)씨는 “석가탄신일(5월 17일)에 깨를 파종했지만 그동안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여물지 못했다”며 “가뭄 때문에 올해 여름 농사는 다 망쳤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장씨는 “비가 늦게 내려 여름 농사는 망쳤지만 양배추와 마늘 등 파종을 앞둔 작물이라도 제때 파종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매년 반복되는 자연재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양기탁 봉성리장은 “채소를 가장 많이 재배하는 봉성리의 경우 급한 데로 지하수를 농업용수로 사용하고 있지만 많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매년 되풀이되는 가뭄 등 자연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농업용수 관정이나 저수지 건설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