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그늘 - 임무현
근래 정치권의 여러 논쟁은 좌겳?이념을 떠나 식상하고, 열대야를 살아야 하는 서민에게는 짜증스럽기조차 하다. 자신을 챙기는 일도 버겁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구동성 서민의 삶의 질이 녹록치 않다고들 한다.
경제가 살아나야 일자리 창출 등 파급효과가 발생할 터인데, 그 회복 조짐이 요원하다는 게 중론이고 보면 그러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달 22일 정부는 취득세율 인하 방침을 발표했다. 그 주된 목적이 주택시장 정상화를 통한 건설경기 활성화이고, 경제발전 추구라고 한다.
그러나 그와 같은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활기 넘쳐야 할 새벽 인력시장은 여전히 조용하기만 하고, 청년층 취업은 바늘구멍이라고 한다. 일자리가 없다는 반증이다.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100대 1을 웃돌고 있다는 보도가 그 예증이 아닌가.
이런 환경 탓일까. 이 시기 개인회생겙냅廣캥?신청자가 점증하고 있다는 뉴스가 눈길을 멈추게 한다. 최근 본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제주지법에 접수된 개인회생·개인파산 신청 건수가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보도가 있었다. 개인파산 신청은 2010년 이래 소폭 감소한 수치를 보이고 있는 반면 개인회생 신청은 매해 늘어가고 있는 추세라는 것이다.
이는 일자리 부족, 경제난 등으로 과다 채무자가 점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증이다. 과다 채무 원인은 두 말할 필요조차 없이 그 개인에게 있다. 그러나 개인 탓으로만 전가할 수는 없는 일이다. 경제적 위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의 원인은 다양하기 때문이다. 점증하는 과다 채무자의 발생은 좁게는 가족 공동체를 붕괴시키고, 넓게는 국가 공동체의 결집을 저해하는 한 요인이 될 수 있음에 그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그 정책적 배려로 개인회생겙냅廣캥?제도를 도입하였다. 즉, 일정 요건을 갖춘 채무자는 이 제도를 통해서, 그가 부담하고 있는 채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면제받을 수 있게 했다.
그런데 이 제도는, 채무자에게 회생의 길을 열어주는 긍정적 측면과 더불어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고 있다는 일각의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는 채무자에게는 한 줄기 빛이며, 생명수인 셈이다.
그러나 모든 제도가 완벽할 수는 없을 터.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는 법이다. 필자는 여기서 이 제도의 그늘에 가려진 결함 하나를 들춰내고자 한다. 그것은 이 제도가 개인회생의 경우는 채권의 일부를, 개인파산의 경우는 그 전부를 박탈함으로서 채권자에게 상대적 손실을 준다는 데 문제점이 있다. 왜냐하면, 몰각되는 채권에 대한 보전책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무릇 법은 만인에게 평등해야 하거늘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은, 이런 점에서 균형을 잃은 법이라고 할 수 있다. 당해 선의의 채권자에게는 그야말로 악법인 셈이다. 어쩌면 개인의 기본적 권리인 행복추구권을 제한하고,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위헌의 소지를 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바라건대 일정 요건을 갖춘 채권자에게, 손실 채권을 보전해주는 정책적 고려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평등의 원칙 등에 걸맞게 될 것이다. 입법이 요구되는 이유다.
향후 이러한 정책적 고려가 실행될 때 비로소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적 가치가 구현될 수 있을 것이고, 그 결과 이 제도는 양자 모두 공생할 수 유용한 제도로서 뿌리 깊게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임무현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