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야구 '타자 친화 구장'서도 위기관리 능력 입증한 류현진
미국프로야구에서 '타자 친화 구장'으로 유명한 리글리필드에서 류현진(27·로스앤젤레스다저스)이 특유의 위기관리 능력을 입증했다.
류현진은 3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방문경기에서 5⅓이닝 동안 시즌 최다 타이기록인 11안타를 허용했지만 홈런과 사4구를 내주지 않고 2실점으로 상대의 타선을 틀어막아 10승(3패) 고지에 올랐다.
리글리 필드는 타자들이 유리한 구장으로 유명하다.
바람이 많이 불어 평범하게 높이 뜬 공이 담장을 넘어가기도 하고 타구가 방향을 바꿔 야수 사이에 떨어지기도 한다.
파울존이 좁아서 다른 구장이라면 평범한 파울플라이로 잡힐 만한 공도 관중석으로 넘어가기 일쑤다.
리글리 필드를 홈으로 쓰는 컵스는 올 시즌 리글리필드에서 72개의 홈런을 때렸다. 홈 구장에서 때린 홈런 수로는 내셔널리그 1위다.'득점 파크팩터' 항목에서 리글리 필드는 메이저리그 30개 구장 중 1위(1.258)를 달리고 있다.
'투수의 무덤'이라 불리는 쿠어스필드(1.141·4위)보다도 높다. 이 수치가 1보다 높으면 타자가 득점을 내는 데 유리하다는 것을 뜻한다.
다저스의 홈구장 다저스타디움은 이 부문에서 30개 구장 중 30위(0.087)다.
투수에게 가장 유리한 구장에서 활약하던 류현진이 타자에게 가장 유리한 구장에서 원정 경기를 펼치게 된 것.
거기다 류현진은 로스앤젤레스에서 시카고까지 약 3천㎞ 이상을 이동했다. 로스앤젤레스와 시카고는 2시간 시차가 생긴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류현진은 컵스 타선에 11개의 안타를 허용했다.
이는 6월13일 애리조나와의 경기에서 11안타를 내준 이후 최다 피안타 타이기록이다.
그러나 류현진은 특유의 침착한 경기 운영으로 2점만을 내주고 승리투수가 됐다.
1회에는 연속 안타를 맞고 무사 1,2루의 위기에 몰렸지만 앤서니 리조를 상대로 유격수 앞 땅볼 병살타를 유도하는 위기관리 능력을 뽐냈다. 시즌 19번째 병살 유도.
이날 경기에서 류현진 등의 활약에 막힌 시카고 컵스의 타선은 잔루 9개를 남겼다. 컵스는 득점권에서 14타수 3안타를 때리는 데 그쳤다.
오히려 류현진은 타자로서 리글리 필드의 '타자 친화성'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류현진은 팀이 3-1로 앞선 4회초 선두 타자로 나서 상대 투수 T 우드의 3구째 직구를 중전안타로 연결했다. 류현진은 후속 닉 푼토의 안타로 2루까지 진루했다.
다음 타석에 들어선 애드리안 곤살레스의 타구는 바람의 영향을 받은 듯, 컵스의 중견수 웰링턴 카스티요 앞에 뚝 떨어졌다. 카스티요가 공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허둥대는 사이 류현진은 재빨리 달려 홈을 밟고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악조건을 극복하고 팀을 승리로 이끈 선발투수의 자부심이 얼굴에 드러나는 듯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