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표고버섯’ 이야기

2013-08-01     제주매일

한라산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많은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한라산은 그 높이만큼이나 다양한 동식물이 공생하며 살아가는데 그 중에서도 버섯 생육에 있어 최적의 조건을 지니고 있다. 알려진 바로는 국내에서 가장 다양한 종류의 버섯이 자생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밝혀낸 버섯만도 400종이 넘는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한라산 야생 표고는 왕에게 바쳤던 진상품으로 전국 최고의 맛과 향을 자랑했던 것 같다. 세종실록에 의하면 더 많은 진상을 바라는 신하들의 건의가 있었는데 왕은 고단한 백성의 처지를 아셨는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제시대에는 모든 특산품이 수탈의 대상이었다. 한라산 표고버섯 역시 일본인의 표적이 되었다. 그들은 한라산에 광대한 면적의 재배장을 경영하면서 자국 수요 충족뿐만 아니라 중국으로 수출해 막대한 이윤을 남겼다.
1980년대 이후 한라산 표고 생산은 급증하는 타지방 생산량과 달리 정체되었고, 환경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한라산 참나무 벌채가 전면 금지되었다. 또한 한라산 표고재배장이 허가 만기로 폐쇄되면서 전국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주도하던 한라산 표고의 명성은 차츰 잊혀져 갔다.
필자가 거북등딱지처럼 생긴 표고버섯을 생생하게 경험한 건 오래되지 않았다. 재배 농가를 직접 방문할 기회가 생겨 한라산 900고지 표고재배장을 가게 되었다. 가지런히 정렬된 표고 원목에서 돋아난 표고버섯 군락을 보고서야 왜 “신의 작품”이라고 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표고재배장을 빠져 나오면서 불현듯 이런 생각이 스쳤다. 어떻게 하면 다양한 효능으로 무장한 이 완전한 식품을 널리 알릴 수 있을까?  
최근 버섯자원 산업화 포럼을 개최한 제주시에서는 제주표고버섯 명성 회복을 위한 다양한 발전 방안을 모색 중이다. 한때 중국산과 플라스틱제품에 밀려 오랜 침체의 길을 걸었던 담양죽세공품의 부활이 남의 일로만 느껴지지 않는 요즘이다.

김영호 제주시 공원녹지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