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스마트폰 사용 설명서(곽승혁)
지난날 통화나 문자 전송과 같은 전화기로서의 기본적인 기능만 갖추었던 휴대폰은 이제 컴퓨터에 비견될 정도로 그 성능이 진화했다. 더불어 틈만 나면 스마트폰을 꺼내어 들여다보고 있는 우리네 모습은 21세기의 신풍속이 되었다. 만약 단원 김홍도 선생이나 혜원 신윤복 선생께서 현세에 재탄생 하시어 작품 활동을 하신다면 아마도 스마트폰은 그 분들의 작품 속에 단골 소재로 등장하였으리라.
며칠 전 저녁 식사 후 아내가 혹시 침 치료를 해줄 수 있느냐고 넌지시 물었다. 오후부터 양 엄지손가락이 아프다는 것이었다. 아내의 손을 진찰해 보니 스마트폰을 과도하게 사용한 후 나타나는 전형적인 증상이었다. 평소 침 맞는 것을 무서워해서 어지간히 아파서는 침 놔달라는 부탁을 안 하는 사람인데 웬일인지 먼저 침을 놔달라고 하는 걸 보니 진짜로 아프긴 아픈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아내에게 간단한 침 치료를 시행한 후 손가락 및 손목 스트레칭 방법을 알려주고 남편이 아닌 ‘의사로서’ 당분간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였다.
스마트폰의 정보 입력 방식은 화면상의 작은 키보드에 손가락을 직접 접촉함으로써 스마트폰에 원하는 정보를 입력하고 조작할 수 있는 터치스크린 방식이다. 그런데 스마트 폰을 움켜잡은 상태로 작은 화면에 정확하게 손가락을 맞추려고 애쓰다 보니 손목과 손가락에는 과도한 긴장 상태가 지속되고 이로 인해 통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반복될 경우 나중에는 엄지손가락 뿐 아니라 다른 손가락들과 손바닥까지 저리는 손목터널증후군으로까지 악화될 수 있다.
스마트폰을 건강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장시간 사용하는 것은 피하고 사용 중간 중간에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으며 휴식 중에는 주먹 꽉 쥐기, 손목 돌리기, 손목 쫙 펴기와 같은 손가락, 손목 스트레칭을 해 주어야 한다. 또한 스마트폰은 가볍게 쥐는 것이 좋으며 터치스크린 조작 시에는 한 손가락만 사용하기보다는 여러 손가락을 번갈아가며 사용하는 것도 과도한 긴장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IT 강국답게 우리나라에서 생산한 스마트폰은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보급률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어느 시대에서나 그랬듯 생활양식의 변화는 새로운 문명병(civilizational disease)의 발생을 야기한다. 작은 손 안에서 큰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해주는 스마트폰을 더욱 스마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제주시 동부보건소 한방내과 전문의 곽승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