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읍 희망을 주는 공부방 학습지원 소감(이호준)
평소에 사람들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치는 것에 관심이 있었다. 중학생 때도 고등학생 때도 친구들이 모르는 것을 물어보면 곧잘 알려주곤 했다. 그러다 어느덧 군대에 오게 되었다.
부대와 가까운 마을에 가정 형편이 어려워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가정들이 있다고 하였다. 그런 가정을 대상으로 대정읍사무소에서는 재능 기부를 해줄 수 있는 사람들을 찾고 있었다. 부대에서도 마침 그런 지역 주민들을 도와주고자 병사들 중에 학습 지원을 희망하는 장병을 모집하였다.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고 또 나름대로 잘 가르칠 수도 있다고 생각하여서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공부방 교사가 되었다.
처음에는 안일하게 생각했었다. 친구들을 가르쳐주며 성적 향상에 꽤나 도움을 주었기에 ‘예전처럼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학생들을 만났다. 가르치는 학생들이 초등학생이어서 공감대가 전혀 없었다. 나이 많은 군인 아저씨를 바라보는 학생들은 어색해하며 말 붙이기를 어려워했다. 또한 나도 무슨 얘기를 어떻게 하며 친해져야 할지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수업을 하면서도 즐겁지 않았고, 모르는 것을 물어보지도 않아 학생들이 제대로 이해를 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자연스레 수업 진행이 원활하지 못해 학습태도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 공감대를 만들어 보려고 노력하였다. 일과 후 개인시간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 영화를 보고 수업시간에 얘기를 나눠보았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이나 끝날 때쯤 간단한 게임을 하며 함께 즐겁게 놀아보았다. 그렇게 조금씩 노력하자 학생들의 말문이 열리고 학습태도도 점차 적극적으로 변하였다.
공부방을 하면서 나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아이들과 대화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이들에게 먼저 말을 잘 걸지도 못하였고, 대화하기를 어려워했었는데 이제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말하고 행동하며,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친해질 수 있게 되었다. 공부방 아이들뿐만 아니라 처음 보는 어린 아이들에게도 서슴지 않게 말을 걸고 아이들의 웃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또 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된 계기가 완전히 공부방 때문이라고 말 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일조했다는 것에 보람을 느꼈다.
공부방을 시작한지 어언 네 달이 지났다. 군 생활을 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육체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많이 힘들 수 있다. 하지만 이제까지 그에 비할 바 없는 보람을 느끼고 즐거움을 얻었기에 공부방을 나가는 것에 대해 전혀 불만이 없다. 오히려 앞으로 군 생활을 마칠 때까지 최대한 이 학생들을 가르치며,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하고 어떻게 변해가는 지를 함께 보며 더불어 느끼고 싶다. 부디 계속해서 순수하고 활기차서, 꾸밈없이 바르게 자라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공군 제8546부대 상병 이호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