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경찰, 올레길 순찰 ‘대충’···방범 의지 ‘퇴색’

지구대·파출소 휴무 직원 중심 순찰팀 운영
4월 성추행 사건 발생···근본적 대책 절실

2013-07-17     김동은 기자
제주 올레길 여성 관광객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올레길 치안 문제가 지속적으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올레길 살인사건 이후 경찰이 내놓은 각종 대책이 흐지부지해지는 전철을 밟으면서 당시에만 ‘반짝’하는 등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레길 살인사건이 일어난 후 치안 문제가 연일 불거지자 경찰은 지난해 9월 올레길 안전 확보를 위한 ‘올레길 이동 순찰대’를 발대했다.

이동 순찰대는 평일과 주말로 순찰팀을 나눠 올레 21개 코스 내 취약 지역을 중심으로 순찰을 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동 순찰대는 지원자에 한해 평일에는 지구대와 파출소 휴무 직원들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고, 휴일에는 경찰청과 각 서 휴무 직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4시간 동안 이동 순찰을 지원한 직원들이 한 차례 순찰을 돌고 나면,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또 다른 직원들이 순찰에 나서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동 순찰에 나서는 직원들의 수가 하루에 겨우 10여 명 남짓이다 보니 강력범죄를 예방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더구나 이동 순찰대가 지원자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탓에 실질적인 치안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은 현재 이동 순찰에 나서는 직원들에 대해서는 오고가는 시간을 포함해 5시간의 초과근무를 인정해 주고 있다. 이 때문에 초기에는 지원자가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동 순찰에 대한 참여도는 점차 떨어지고 있다.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이동 순찰대 발대 직후인 지난해 10월 지원자는 연인원 521명이며, 그 다음 달인 11월에는 729명이다.

하지만 올 들어 2월에는 특별방범활동 기간이라는 이유도 단 한 명의 직원도 투입되지 않는가 하면 지난 3월과 4월 지원자는 각각 154명, 376명에 불과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난 4월 21일 오후 5시께에는 50대 남성이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해수욕장 인근의 올레 10코스를 홀로 걷던 20대 여성을 성추행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게다가 해안가 올레길 안전을 책임지기 위해 최근 발대한 ‘자전거 순찰대’ 역시 치안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해안경비단 소대별 전담순찰대원 3명씩 15개 소대 45명으로 구성된 자전거 순찰대가 오전 7시 30분부터 10시 30분까지, 오후 6시부터 8시까지만 운영되면서 이를 제외한 시간대 범죄 발생이 우려돼 구색 맞추기식 대책이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때문에 올레길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제주경찰의 보다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한편, 제주경찰청장을 비롯한 지휘부는 17일 오전 올레길 살인사건이 발생했던 올레 1코스를 찾아 현장점검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