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아-김광수
7월에 접어드니 장맛비에 시달릴 걸로 생각되었으나 그렇지 않으니 또 걱정이다. 비는 내리지 않고 마른장마가 지속되고 있으며 강한 바람이 불고 있는 날이 많다. 기후에 관련된 지식을 갖고 있지 못해 원인은 잘 모르니 답답하다.
강한 바람이 불어 나무와 풀 곡식들을 다치게 하고 산업체의 생산 활동에도 막대한 불편을 주고 있을 것이다. 어느 가게들을 찾았을 때는 문을 열고 닫는데 힘들었으며 잘못하여 출입문이 고장 난 것을 보기도 하였다. 사람들은 이렇게 바람만 불어서 흉년이 들겠다는 말도 하였다.
오늘도 새벽부터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불고 있다. 유리창 문에 닿았을 때 내는 바람 소리를 듣기만 해도 방안에서 밖의 형편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겠다. 바람소리는 위이잉 쒸이잉… 한참 있다 다시 반복한다. 바람이 유리창을 때리고 유리창은 맞고 있다는 생각이다. 아니, 바람이 잘못한데 대해서 유리창은 야단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있다. 누군가 바람이 창에 도착하면 일확천금을 준다고 하였다. 그 말에 바람은 신바람 일으키며 달려왔다. 꿈같이 꿈을 안고 달려왔다. 여직 황금을 손에 넣는다는 것은 생각도 못해본 일이어서 더 악착같이 달려왔다고 외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내 생각을 내놓았다. 그런가. 황금이 그렇게도 좋은가. 의식주를 해결해주는 것이어서 물론 좋기는 좋은 것이지. 그런데 사람들의 경우를 보았는가. 황금을 얻는 것은 매우 순리적인 방법으로 해야 한다. 그런데 황금을 얻기 위해 달려오면서 남에게 피해를 끼쳤다는 것은 생각 못해 봤는가. 이 무더운 여름에 더구나 장마철에 더위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분들에게 시원한 바람을 살살 제공해줘야 함을 잊었던 것은 아닌가. 모든 삶의 터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는 바람아. 이왕지사 저지른 일은 반성하여 안목을 새롭게 하여 얌전해지면 어떻겠는가. 있는 힘을 다 결집하여 그들을 도와준다는데 몰입하였으면 한다. 엉뚱한 제안을 하여본다. 웃기는 일로 사람들이 가가대소하게 하라고. 그러려면 네 재주를 다 살려야 할 것이다. 남을 웃게 한다는 것은 나도 참 어렵다. 웃을 줄 모르고 웃게 할 줄도 모르고 경직된 모습으로 지금까지 살아왔다. 어떤 모임자리에서 나와 같은 세대들은 그렇게들 살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시대의 상황이나 흐름이 그랬고 그래서 멋없고 여유 없고 항상 쫓기듯 한 삶을 살았다. 그러니 무뚝뚝하여 재미가 없고 시대감각도 뒤떨어지는 것이다.
내가 글을 쓰는 것만 하여도 그렇다. 참신성이 부족하고 표현력도 한참 뒤떨어진다는 것을 느낀다. 특히 교직생활을 하였기 때문에 학생들을 가르치는 식으로 글을 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하며 명심 또 명심하겠다. 강한 바람 맞은 생명체가 겨우 살아나 생활 하듯 큰 욕심은 버리고 소소하고 수수하게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더운 날씨 거듭되는 긴 여름, 때로는 훈풍으로 오늘 같은 강풍으로 태풍으로 살아갈 바람아.
낙엽 떨어지는 소리 들리는 어느 길목에서 세월여류 歲月如流를 느껴야 할 때는 멀지 않았다. 그 때 네 모습이 아름다운 모습이 되도록 바람으로서의 긍정적인 면을 많이 부각시키도록 노력할 것을 기대한다.
김광수 시인.前 초등학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