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다이어트-김찬집

2013-07-09     제주매일

최근에 만난 60대 한 후배의 말이다. 자신의 인생은 일찍 성공한 줄 알았다면서, 20대에 박사학위를 받아 원하는 직장을 다닐 수 있었고, 결혼도 바로 했고. 누가 봐도 잘 살아온 인생처럼 보였으나, 그러나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자신은 병들었고 가족관계도 무너져 60대 후반에서 바라보는 자신의 인생은 온전한 것이 하나도 없다고 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왔는데 왜 문제투성이 인생이 되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마음만 괴롭다는 말이다.
 맞는 말이다. 우리들은 살면서 느는 것은 허리 살만이 아니다. 진짜 느는 것은 곪아가는 마음의 살이다. 고단한 세상살이가 만드는 마음의 살은 다이어트로 감량 할 수 있는 살이 아니다. 그것은 삶이 힘겨울수록 얻게 되는 인생의 퇴적물이자 마음의 아픈 기억과 쓰라린 체험을 고스란히 담아낸 삶의 처절한 이력서다.
하지만 마음의 살이 비대해 질수록 성격이 각박해지고 감성은 없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슬프고 어렵고 힘든 일을 겪어도 눈물 한 방울 떨구지 않게 되고 이기적이고 모질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혹은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 하는 식으로 세상을 향해 반항과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체념하고 비관하기 일 수 인 사람이 돼버릴 수 있다. 자연히 삶의 의욕도 떨어지고 세상 살기도 싫어진다. 마치 암이 초기에서 만성으로 진행 되듯 마음 곪아서 구두쇠가 거나  만성우울증환자가 된다.
힘없고 돈 없고 빽없는 사람들은 정말이지 살맛도 없고 별반 살고 싶지도 않다는 말이다. 입에선 죽겠다는 탄식만 나오고 마음에 온통 흉하게 곪아진 살만 비대해지는 것이다. 초 살림 때 청심은 도무지 보이지 않은 사람이 되어간다. 옛날에는 노인들은 삶의 법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노인범죄가 많다.
노인들은 퇴직해서 수입은 없지, 재산 가치는 반으로 줄었지 ,세상에서 알아주고 존경해주는 사람은 별반이지 그래서 노인 수모시대다. 그래서 마음의 곪은 노인들이 많다.
이렇게 살다 끝나는 게 인생인가 싶어 허무까지 한다고 한다. 그래서 화가 나는 것이다. 분노가 치미는 거다. 이 문제의 핵심은 가진 자. 지식인, 공권력 등에서 파생 되는 것이다.
‘빵이 없으면 비스캣을 먹으면 되지 않아요. 라고 말했던 프랑스 혁면전야 루이 십육세왕비 딸‘마리 앙투아네트’의 철없는 얘기가 지금 우리 지식층 가진 자의 입에서 생각 없이는 한다고 주장 하는 사람들이 많다. 요즘언론에 지식층들의 일탈된 부도덕성은 개가 사람을 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개를 무는 수준이다. 잘나가는 자들의 하향‘평둔화(平鈍化)’다.
정말이지 또 행정 정책이 역효과를 보는 사람들은 분노하고 그것이 마음 깊은 곳에서 불신을 넘어 분노의 곪은 살은 비대만 해지는 것이다. 1952년 신헤겔주의 철학자인 월리노이스는 자기키만 한 바개트(막대기모양 빵)를 옆구리에 낀 채 얼굴에 가득 미소를 머금고 뛰어가는 어린 소년을 포착해 한 장의 사진을 남겼다. 그 아이에게서 마음의 곪은 살을 찾아 불려야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아이는 세상을 다 가진 듯 한 표정으로 집으로 뛰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우리들은 그 아이같이 살고 싶을 따름이다. 누가 우리들에게 각자 자기키만 한 바게트를 들게 해 줄 것인가. 누가 우리들의 곪은 마음 살과 응어리를 풀어줄 것인가?
앞에서 말한 마음의 병을 얻은 한 후배와 같이 권력과 돈, 힘 때문에 환자가 되기보다는  등산길에서, 트랙 킹에서, 오름길에서 마음의 다이어트를 권하고 싶다.  이 길에는 마음을 다이어트 할 수 있는  음악과 시가 있고 철학이 있다.  이 길의 음악과 시와 철학은 각자의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마음의 다이어트를 할 수 있는 길은 이 길 뿐이다.

김찬집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