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3-3 무승부...승부차기서 석패

U-20 대표팀, 이라크에 패해 4강 진출 좌절

2013-07-08     박민호 기자

30년만의 4강 진출이 승부차기로 좌절됐다. U-20 대표팀이 이라크와 3-3으로 비겼지만 승부차기로 4강 진출을 내줬다.

U-20 대표팀은 8일 자정, 터키 카이세리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 터키 2013’에서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상대에게 먼저 골을 내주면서도 끝까지 따라붙어 3-3 동점을 만들었지만 승부차기에서 운이 따르지 않았다. 승부차기에서 4-5로 패했다.

짜릿한 경기였다. 이라크가 한 발씩 앞서갈 때마다 우리도 따라 붙었다. 이라크가 전반 21분 선제골을 넣자 5분만에 권창훈이 동점골을 넣었고, 이라크가 전반 42분에 다시 앞서가자 이광훈이 8분만에 원점으로 돌려놨다.

경기는 연장전으로 접어들었고 이라크는 연장 후반 13분 다시 골을 넣었다. 이라크는 남은 시간마저 효과적으로 잘 보냈다. 하지만 U-20 대표팀은 또 다시 따라 붙었다. 연장 후반 15분에 교체 투입된 정현철은 추가시간으로 주어진 2분이 끝나기 불과 몇 초를 남기고 기적적인 중거리 슛을 성공시켜 3-3 동점을 만들었다.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승부. 어쩔 수 없이 4강행은 승부차기로 가려야 했다. 우리 U-20 대표팀은 선축으로 나섰고 두 번째 키커가 먼저 실축을 했다. 하지만 이라크도 세 번째 키커가 실축하며 동점이 됐다.

승부차기 4-4 동점인 상황. 하지만 우리 여섯 번째 키커의 슈팅이 상대 골키퍼에 막힌 반면, 이라크의 슈팅은 골대 안으로 들어가 4-5로 이라크가 4강에 진출했다.

경기초반 대한민국은 하프라인 뒤쪽에서 기다리며 조직적인 수비를 펼쳤고, 이라크는 자기 진영에서 공을 돌리며 점유율을 챙겼다. 우리의 전방 압박이 느슨하다 보니 이라크는 수비진에서 편하게 공격 작업을 시작했다.

이라크는 전반 6분 수비진에서 한 번의 패스가 최전방까지 연결돼 파르한이 우리 골키퍼와 마주보는 상황이 연출됐다. 하지만 이창근 골키퍼가 각도를 잘 좁히며 파르한의 슈팅을 막아냈다.

대한민국은 전반 10분이 지나면서 한 단계 올라섰다. 볼 점유율도 올라갔고 과감한 공격도 시도했다. 수비진과 중원에서 세밀한 패스가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반 20분 불의의 일격을 맞았다. 상대의 프리킥이 날아오는 사이 상대를 밀착 수비하던 김현에게 반칙이 선언된 것. 상대를 팔로 막았기 때문이었다. 김현은 경고를 받았고, 상대는 페널티킥을 얻어 골을 성공시켰다.

우리 U-20 대표팀은 곧바로 동점골을 넣었다. 곧바로 반격을 펼쳤고 왼쪽에서 심상민이 긴 드리인을 던졌다. 상대는 긴 드로인을 예상하지 못했고, 공은 페널티박스 중앙까지 날아가 권창훈의 머리에 맞고 상대 골문으로 들어갔다.

1-1 동점이 된 이후에는 이라크가 다시 공격적으로 나섰다. 위협적이지는 않았지만 간간히 중거리 슈팅도 때렸고, 이따금 위협적인 드리블도 보였다. 30분에는 이라크의 모하메드가 우리의 중앙을 파고들며 강력한 왼발 슈팅을 시도하기도 했다.

결국 전반 42분 이라크가 다시 앞서가는 골을 넣었다. 왼쪽에서의 긴 크로스가 반대편의 알리.Q에게 넘어갔고, 수비수의 방해 없이 발리 슈팅을 보냈다. 이창근 골키퍼는 몸을 날려 어려운 슈팅을 막아냈지만 손에 맞고 흐른 공을 파르한이 뛰어들어 골을 만들었다.

이광종 감독은 이라크의 활발한 왼쪽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발이 빠른 이광훈을 오른쪽에 투입시키며 전술적인 교체를 감행했다.

양팀 모두 아무런 변화 없이 후반전을 시작했다. 하지만 한 골을 뒤진 우리가 더욱 공격적이었다. 초반부터 이라크의 측면을 공략했고, 성과를 만들었다. 후반 4분만에 상대 오른쪽 측면에서 반칙을 얻어냈다.

반대편 골대에서 김현이 상대 수비수와 실랑이를 하는 사이, 이광훈이 가까운 쪽 골대로 뛰어 들어갔고 권창훈은 정확한 크로스를 했다. 이광훈은 침착하게 헤딩을 하며 2-2 동점을 만들었다.

이미 체력을 많이 소모한 두 팀은 과감한 공격을 하지 않았다. 우리는 김현의 제공권을 활용했고, 이라크는 공격수가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다. 이라크는 후반 중반까지 왼쪽 돌파를 통해 많은 기회를 만들었으나 30분이 지나면서는 체력이 많이 떨어진 듯 패스의 정확도가 떨어졌다.

우리 U-20 대표팀은 거의 일방적으로 공격을 했으나 우리의 패스 역시 정확하지 못했다. 전반전 막판에 교체 투입된 이광훈은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이라크를 흔들었다.

두 팀은 연장전을 작심한 듯 단 한 명씩만 교체 투입하며 연장전을 대비했다.

연장전은 체력전과 정신력 싸움이었다. 두 팀 모두 수비에 초점을 맞췄다. 공격에 나서는 속도보다 수비로 전환하는 속도가 빠르다 보니 슈팅 세례는 나오지 않았다. 우리 U-20 대표팀은 권창훈의 프리킥을 내세워 이라크 문전을 위협했지만 역전골을 만들지 못했다.

연장 전반 5분에는 완벽한 왼쪽 돌파로 이광훈과 권창훈에게 연이어 좋은 기회가 왔으나 두 번의 슈팅이 모두 빗맞았다. 10분에는 이창민의 강력한 중거리 슈팅이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기도 했다.

연장 후반전 역시 우리의 공세가 강했다. 그러나 경기 종료 2분을 남기고 실점을 허용했다. 측면에서의 긴 드로인으로 우리 문전에서 혼전이 생겼고, 좁은 틈새로 파르한이 공을 밀어 넣었다. 이라크는 승리라고 한 듯 기뻐했다.

연장 후반의 추가시간은 2분. 마음 급한 우리를 상대로 이라크는 오히려 역습을 펼치며 시간을 보냈다. 경기 종료는 10초도 남지 않은 상황. 방금 전 교체 투입된 정현철은 수비수 한 명을 제치고 마지막 슈팅을 날렸고, 이 공은 상대 수비수에게 굴절되며 그대로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기적적인 슈팅이었다.

주심은 더 이상 경기를 진행시키지 않았고, 곧바로 승부차기로 넘어갔다. 승부차기에서 기적과 같은 승리를 예상했지만 결국 4-5로 패하면서 '4강 신환' 재현은 다음 대회로 미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