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농민의 함성 외면해선 안 된다

2013-07-03     제주매일

    엊그제 제주공항 3층 출발장에서다. ‘농업경영인 제주도연합회’와 ‘여성연합회’ 회원들이 ‘한-중 FTA 중단 촉구 결의대회’ 출정에 앞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정부의 농업 인식 전환을 요구하면서 “한-중 FTA 6차 실무협상 중단”을 촉구했다.
농민들의 절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중FTA 협상 개시 이후 계속해서 반대의 목소리를 높여 왔다. 이들은 한-중 FTA는 한-미 FTA와 다르다고 믿고 있다. 만약 한-중 FTA가 체결 된다면 제주도의 1차 산업은 끝장이라고 보고 있다. 이들의 이러한 주장은 막무가내 식 엄살이 아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제주 농민들의 주장을 뒷받침 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한 조사 결과 “한-중 FTA가 체결되면 제주감귤 피해액만도 앞으로 10년간 최대 1조6000억 원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제주도의 피해액 또한 최대 1조7900억 원이 될 것이라 했다.
제주도는 광역자치단체라 해도 그리 넓은 지역이 아니다. 다른 지방의 일개 대형 군(郡) 보다도 좁은 지역이다. 상주인구가 이제야 겨우 60만에 육박하고 있다. 이 중 농민은 작년 말 현재 11만3천여 명에 불과하다. 농민 전부가 감귤을 재배한다 해도 중국과 FTA가 체결되면 11만3천여 명이 최대 1조6000억 원의 피해를 입게 된다. 백보 양보해서 피해액을 그 절반인 8000억 원으로 치자.  11만여 명이 10년간 8000억 원을 손해 봐도 살길이 막막한데 1조6000억 원이라면 제주 감귤농은 어떻게 살란 말인가.
왜 감귤 농뿐이겠는가. 정도의 차이일 뿐 FTA로 인한 피해는 농수축산인 전체에 미친다. 솔직히 생각해 보자. 박근혜 대통령, 우근민 제주도지사, 그리고 이 나라 정부의 장차관들이 만약 제주의 감귤 농민이라면 한-중 FTA를 양팔 들어 환영만 할 수 있겠는가.
전체 국익을 위해서는 한-중 FTA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훌륭한 정치는 국익을 내세워 소수나 농민의 희생을 강요하는 무정한 정치여서는 안 된다. 약자나 농민, 소수자까지도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온정이 있는 정치여야 그것이 바로 선정(善政)인 것이다.
특히 우근민지사는 이른바 제주4대 위기론, 그 중에서도 제주경제 위기론을 극복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노라고 자화자찬할 때가 아니다. 지금은 농민들의 함성을 잠재우기 위해 FTA 대책 마련에 노심초사(勞心焦思)하면서 동분서주(東奔西走)해도 부족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