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여성 문 꼭꼭 닫아 ‘버티기 시즌’

지난해 성범죄 285건···6~8월 집중 발생
성범죄 표적 불안감에 문 열 엄두도 못내

2013-07-01     김동은 기자
최근 제주지역에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지만 홀로 사는 여성들은 창문을 굳게 닫은 채 더위를 이겨내고 있다. 무심코 창문을 열어놨다가 혹시라도 성범죄의 표적이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서다.

제주시청 인근에서 자취 생활을 하고 있는 직장인 김모(29·여)씨는 무더위에도 벌써 며칠 째 창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창문을 열고 싶어도 요즘 같이 흉흉한 세상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그냥 참거나 에어컨을 켠 채 생활하고 있다”며 “특히 원룸이 한적한 곳에 있다 보니 더 그럴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원룸주택 1층에 사는 대학생 강모(22·여·제주시 아라동)씨 역시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열린 창문 사이로 누군가가 들어올 것 같다는 생각에 창문을 닫아두는 날이 많아지면서 원룸 구석구석에 쾌쾌한 냄새는 물론 곰팡이까지 생겼다.

더구나 얼마 전에는 옆집에 도둑까지 들어 불안감은 더 커졌다. 강씨는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일부러 원룸 1층에 입주했는데 각종 범죄에 노출돼 있어 아무래도 내년에는 고층으로 이사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1일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도내에서 발생한 성범죄는 2010년 277건, 2011년 259건, 지난해 285건, 올 들어 5월 말 현재까지 141건이다.

특히 지난해 성범죄 건수를 월별로 보면 2월 12건, 3월 17건, 4월 28건, 5월 31건, 6월 23건, 7월 25건, 8월 41건, 9월 17건으로, 무더위가 지속되는 6~8월에 89건이 발생해 전체 성범죄의 31%를 차지하고 있다.

유형별로는 강간·강제추행이 263건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이어 촬영 12건, 통신매체를 이용한 성범죄 10건 등이며, 연령별로는 6세 이하 4건, 12세 이하 27건, 15세 이하 33건, 20세 이하 72건, 30세 이하 69건, 40세 이하 35건, 50세 이하 27건, 60세 이하 11건, 60세 이상 5건 등이다.

이처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에 성범죄가 집중되면서 홀로 사는 여성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혼자 사는 여성의 경우 집에 사람이 있는 것처럼 불을 켜두고 남성의 신발을 현관에 두는 등의 예방책이 필요하다”며 “특히 평소에 문단속을 철저히 하는 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