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메랑’으로…‘대학 무용론’마저
한국 대학에 전대미문의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
인구 급증 세대인 베이비부머가 대학에 입학한 1980년대와 1990년대 한국 대학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전성시대를 누렸지만, 이제 ‘인구절벽’으로 인한 신입생 수 급감이라는 난제에 직면했다.
대학들은 저출산으로 인한 학생 수 급감을 외국인 유학생 유치로 대응하면서 위기를 애써 피해왔지만, 코로나19 확산은 이마저도 힘들게 만들었다. 1980∼1990년대 무분별한 대학 설립은 이제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모양새다.
코로나19로 대면 강의마저 힘들어지자 학생들의 등록금 인하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신입생 환영회도, 과 MT도, 동아리 활동도 즐기지 못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대학 무용론’마저 나온다.
이러한 위기가 한두 해 만에 해소될 위기가 아닌, 향후 수십 년 동안 이어질 위기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이제 한국 대학의 ‘생존 플랜’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 대학의 전성시대는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였다고 할 수 있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 태어난, 1천만 명이 넘는 베이비부머가 이 시기에 대학에 입학하면서 한국 대학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구가했다. 전국 어느 곳에 대학을 세워도 밀려드는 신입생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였다.
국내 대학은 1970년 168개에서 2020년 429개로 반세기 동안 261개가 늘었다. 이 가운데 1990년대 10년 동안에 무려 107개가 더 생겼다. 전후세대의 국민적 염원이 자녀나 본인의 대학 진학이었기에 이러한 극적인 양적 팽창에 대한 거부감이나 비판 여론은 별로 없었다.
대학의 폭발적인 성장에 기름을 부은 것은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5년 발표된 ‘5ㆍ31 교육개혁안’이었다.
대학 부지, 교육용 건물, 교원, 수익용 기본재산 등 4가지 준칙만 충족하면 대학 설립을 인가하는 ‘대학 설립 준칙주의’의 도입은 수도권과 지방을 막론한 전국 곳곳에 대학이 세워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