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제정... 문명국 ‘인프라’ 구축이다
차별금지법 제정... 문명국 ‘인프라’ 구축이다
  • 제주매일
  • 승인 2020.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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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差別)금지법이 발의됐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지난달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대표발의했다. 사람은 누구나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의 법률. 우여곡절 끝에 발의가 됐다. 이제 막 첫발을 내디뎠다.

장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모든 차별에 단호히 반대하는 시민과 함께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안전하고 존엄하게 맞이하기 위해 지금 당장 우리에게 필요한 법안인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21대 국회야말로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되었고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차별금지의 유형으로는 성별, 장애, 나이,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등 23개 항목이 나열되어 있다. 코로나19 이후 상황을 고려해 병력(病歷) 또는 건강상태도 추가됐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차별금지법 제정을 돕기로 했다. 인권위는 그간 차별금지법 제정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만시지탄이다.

최영애 인권위원장은 보수 개신교 등 종교계 일각의 반대에 대해서는 “차별금지법은 차별하지 말자는 것이지, 누군가를 처벌하는 법이 아니다”라며 “교계의 합리적 보수 인사들과 만나 적극적으로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한국 사회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시점에 이르렀다. 빈부, 성별, 연령 등으로 양극화된 사회에서 한국 사회의 인권 기준과 원칙을 만들어가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극히 당연한 얘기로 이 법의 입법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차별과 혐오 문제는 법 제정 문제를 넘어 벌써 정부의 종합대응책이 필요했던 사안이다. 보수 기독교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는 성소수자 문제만 해도 그렇다. 이들은 “사회적 약자 보호에는 동의하지만 성소수자 보호가 목적인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나쁜’ 차별금지법이고 따라서 한국교회 전체가 법 제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일부 맘 카페에서는 “우리 아이들을 동성애자로 만들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차별금지법 반대 서명을 촉구하는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성 소수자들에 대해 개인적 특성(特性)의 문제가 아니라 ‘학습(學習)의 결과’라는 검증되지 않은 논리를 내세우며 그들을 차별하고 혐오하고 있다. 참으로 어이없는 ‘범죄행위’가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고 있다. 도대체 무슨 권리로, 누가 누구에게 손가락질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다수의 횡포다. ‘잘못’이 아닌 ‘다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성을 찾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변모 하사의 강제전역이나 숙명여대 트랜스젠더 학생 입학 포기 사건 때 인권위가 적극 대처했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나 할까,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약자들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혐오의 문제를 한국 사회도 공유하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불교계의 열린 의식이 우선 평가받아 마땅하다. “모든 사람은 존재하는 이유만으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부처의 가르침을 들어 세상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차별행위가 금지될 수 있도록 국회가 조속히 차별금지법 제정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일부 개신교와 천주교, 원불교 등 타 종교도 가세했다. 아량, 똘레랑스, 금도(襟度)야말로 종교의 위대한 덕목 중의 하나가 아니겠는가.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갑론을박 속에 2007년부터 지금까지 7번이나 표류해왔다. 이 법안은 인류 보편적인 가치인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이다. 현재 개별적 차별금지법이 규정하는 특정한 카테고리에 속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보다 다양한 범주에서 모든 사람에 대한 차별을 금지, 시정하도록 하는 평등법이다. 단순히 성 소수자 보호를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며 법 제정을 반대하는 보수 개신교계의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개신교단의 반대는 이웃에 대한 사랑을 강조했던 예수의 뜻도 아니다. 아직도 다양성에 대한 포용력과 인권감수성이 부족한 우리 사회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은 대한민국이 문명국으로 가는 하나의 인프라 구축이다. 소수가 다수를 혐오하고 공격하지 않듯이 다수도 소수를 혐오하고 공격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이 세상의 주인인 사람은 없다. 다들 더불어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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