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반도체 소재, 國産化 성공 자랑스럽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國産化 성공 자랑스럽다
  • 제주매일
  • 승인 2020.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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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관련 대한 수출규제를 시작한지 1년이 넘었다. 한국경제가 당장 망하기라도 할 듯 기세등등하던 일본의 조치에 당황했던 건 우리정부와 기업들. 그러나 한국은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우리 기업들이 수출규제 대상이던 3개 품목 가운데 국산화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어온 감광재 포토레지스트의 국내 생산과 국산화를 달성했다. 지난 1월 국내에 포토레지스트 공장을 설립한 듀폰코리아가 지난주 첫 양산품 생산을 시작했고 동진쎄미켐은 연말께 국산화를 완료한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잠자는 호랑이의 콧 털을 건드린 꼴이라고나 할까, 일본이 놀랄 일이다.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최고 공정인 극자외선(EUV) 공정에 들어가는 감광재로 1년 전인 작년 7월 일본이 수출규제에 들어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관련 소재 3개 가운데 핵심이다. 반도체 식각 소재인 고순도 불화수소와 플루오린 폴리이미디는 이미 국산화에 성공해 일본 제품을 대체하고 있지만 포토레지스트는 기술 장벽 때문에 국산화에 애를 먹어 그동안 전량 수입에 의존해왔다. SK하이닉스와 포토레지스트 개발 협업을 진행중인 동진쎄미켐은 연말까지 국산화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이엔드급 포토레지스트는 제작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지만 양사는 상호 지원과 협력으로 연말까지 상업양산에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동진쎄미켐은 반도체용 포토레지스트를 세계에서 4번째로 개발하는 데 성공한 업체다. 지난해 부품소재 수출 규제가 시작된 이후 SK하이닉스와 손잡고 일본 업체가 90%를 독점하고 있는 극자외선 공정의 포토레지스트 개발에 나섰다.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조치가 우리 경제에 큰 타격이 될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정부와 기업과 연구자들이 함께 힘을 모았고, 민·관이 혼연일체가 되어 지금까지 위기를 잘 극복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현장을 찾아 기업인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우리는 일본과 ‘다른 길’을 걸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글로벌 첨단소재·부품·장비 강국'으로 도약해갈 것이다.” 그동안 고생한 현장의 산업역군들에게 큰 위로가 됐을 것으로 평가된다. 대통령의 현장시찰은 바로 이런 것이어야 한다.

이에 앞서 SK머티리얼즈는 순도 99.999%의 불화수소 가스 양산을 시작했다. 초고순도 불화수소 가스는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세정 가스로 반도체 공정 미세화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해외 의존도가 100%에 달하는 제품이었다.

때맞춰 일본 언론들은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불만을 품고 경제보복을 가한 아베 신조 정권을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아사히신문은 ‘보복을 즉시 철회하라’는 제목의 사설을 싣고 “자유무역의 원칙을 왜곡하는 조치는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도쿄신문은 “일본의 조치는 일본기업에도 마이너스의 영향을 미친다. 대화의 실마리를 찾아 조기 수습을 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이라도 이성을 찾아가는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다.

기술확보가 중요하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세계 각국은 지금,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자국우선주의라는 모토 아래 이웃나라나 동맹에 대한 ‘선의(善意)’를 거둬들인 지 오래다. 피차 제 나라만을 생각하는 냉혹한 생존전략에 몰두하고 있다. 소재·부품·장비와 첨단산업의 성장이 ‘경제위기극복’이고 ‘산업 안보’이며, ‘혁신성장의 길’이라는 대통령의 인식은 그런 의미에서 시의성 있는 ‘전략’을 안고 있다 할 것이다. 지금 국제사회는 ‘비교우위’니 ‘국제분업체제’니 하는 용어들이 옛말이 된지 오래다.

과학기술진흥을 국가적 생존전략으로 삼기위해서는 국가는 국가대로 기업들을 지원하고 기업들은 기업들대로 상호 협력과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기술 없는 나라는 앞으로 2등국 3등국 신세로 전락해 피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 1년이라는 결코 길지 않은 시간에 일본의 ‘교만(驕慢)’을 이겨낸 기업들에 박수와 응원을 보내면서 작게는 기업 스스로를 위하고 크게는 국가경제를 위해 계속 큰 정진 있기를 당부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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