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대한민국의 주인이다”
“우리가 대한민국의 주인이다”
  • 고상현 기자
  • 승인 2016.1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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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주부·동네주민·여학생 등 ‘평범한’ 시민들 거리로
직접 만든 피켓·응원가 등 ‘각자의 방식’으로 집회 참여
▲ 고덕순(51‧여)씨는 3일 진행된 ‘박근혜 즉각 퇴진 7차 제주도민 촛불집회’ 만민공동회에서 마이크를 잡고 '박근혜 대통령 퇴진 이후 바라는 사회'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고 있다.

 

3일 오후 5시부터 4시간여 동안 제주 시청사 앞에서 진행된 ‘박근혜 즉각 퇴진 7차 제주도민 촛불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1만1000여명(경찰 추산 2200여명)의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추운 날씨 속에서도 하나의 공통된 꿈을 안고 촛불을 들었다. 바로 지금 이 순간 촛불을 든 ‘우리들’이 주인이 되는 나라에서 사는 꿈. 그 작지만 뜨거운 꿈들이 하나둘 모이자 제주 시청 인근은 들불처럼 뜨겁게 타올랐다.

 

■ “국민을 위하지 않는 나라”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저마다 자신 있고 당당한 모습으로 현 시국에 대해서 비판했다. “민중은 개돼지”라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바 있는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생각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제주여자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윤모(16)양은 3부 만민공동회에서 “세월호 사고 이후 수년이 지나도록 진상규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일본군 위안부 합의도 졸속으로 이뤄졌다”며 “국민을 위하지 않는 나라가 과연 좋은 나라인가”라고 대한민국 정부를 비판했다.

자신을 아라동에 사는 평범한 가정주부라고 밝힌 강씨도 “박근혜 대통령이 하지 않았던 일은 독재 정권에 맞서 젊은이들이 쓰러질 때 아무것도 안 한 것, 세월호 사고 당시 아이들이 바다 속에서 죽어갈 때 아무것도 안 한 것, 헌정 사상 처음으로 범죄자 대통령이 돼서도 국민을 우롱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며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국민들이 준 권력을 사사롭게 사용한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려야만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나라를 선물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집회 장소 맞은편에서 동네 주민들과 함께 ‘신촌 화북 삼양 봉개 박근혜는 하야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던 김승범(43)씨는 이날 거리로 나온 배경에 대해 “동네 주민들의 모임에서 ‘나라가 이 지경이 됐는데 뭐라도 해야 하지 않나’라는 의견이 나와 오늘 각자 피켓을 만들어서 들고 나왔다”며 “(이번 사태 이후에는) 우리와 같은 민중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김씨처럼 피켓을 만들거나 노래를 만들어 부르는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 정신을 거리에서 실천하고 있었다.

이날 집회에서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잡은 고덕순(51‧여)씨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 이후 바라는 사회’에 대해서 “아이들이 민주주의의 참된 가치에 대해 교육받는 나라, 소중한 농산물을 피땀 흘리며 생산하는 농민들이 존중받는 나라, 야근 등 열악한 근무 환경에서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들이 주인으로 대접받는 나라,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희생한 독립투사들이 기억되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며 “이 촛불을 절대 놓지 않고 불씨를 키워가 이 나라의 민중들이 주인이 되는 나라를 만들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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