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원장 ‘독점관리’ 전횡 심각
사립유치원 원장 ‘독점관리’ 전횡 심각
  • 문정임 기자
  • 승인 2016.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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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교육청 감사 적발 유치원서 근무했던 교사들 만나봤더니
급여·근로·계약 시기 등 원장 맘대로 ‘비민주적’ 구조 한 목소리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최근 도내 사립유치원 감사를 실시하고 문제가 적발된 9개원 중 개인 착복이 과도한 3개원을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이들 가운데는 원장이 한 달 기본급으로 800여만 원 이상을 수령하고, 남편 명의의 땅에 유치원 운영비로 시설 공사대금을 집행한 경우도 있었다.

그렇다면 재정적 여력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 유치원들에 근무했던 교사들은 충분한 급여를 받았을까.

감사 적발 유치원 중 한 곳에서는 올 초 교사들이 무더기로 퇴사했다. 아프거나 육아 문제가 있거나 각자 사정은 달랐지만 본 지가 만난 일부 교사들은 급여 문제를 중심으로 원장에 대한 불만이 컸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교사들은 A유치원의 경우 근로계약을 매년 3월 말경에 체결하는 것부터 문제였다고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신학기가 3월 초에 시작하고 월급일이 다가오기 하루 이틀 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다보니 불만이 있어도 그만 둘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미 학기가 시작돼 ‘내 아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B교사는 “수년간 근무하면서 아픈 경우를 제외하고는 학기 중에 아이들을 놔두고 퇴사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며 “원장이 교사들의 책임감을 잘 알기 때문에 매년 3월말 계약을 체결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교사들은 근로자인 교사 스스로가 자신들의 급여 체계를 알 수 없었다고도 말했다.

C교사는 “나보다 어린 교사가 수당을 더 받거나 수당 자체가 매달 바뀌는 것으로 봐서 수당이 급여 총액을 꿰어 맞추기 위한 항목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원의 급여 체계를 물어볼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고 증언했다.

교사들은 원장이 원아 수를 재량에 따라 배정하면서 근무 여건도 좋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D교사는 “원장은 더 많은 아이들을 받고 싶어 했고, 원아가 많은 반에는 대신 부담임을 넣어주었지만 근무 시간이 다르다보니 교사 1명이 30명이 넘는 아이들을 혼자 보살펴야 하는 시간이 있었다”며 “원아들의 입장에서는 하루에 서너 시간 이상 한 교사와만 지내야 해 그만큼 교육의 질은 낮았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이 교사는 특히 “부담임의 경우 담임에 비해 급여 산정이 더 엉망이어서 경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 힘들어하는 교사들을 본 일이 있다”고 말했다.

본 지가 어렵게 만난 사립유치원 교사들은 경력도, 퇴사의 이유도 조금씩 달랐지만, 자신이 근무했던 사립유치원들에 대해 원장 중심으로 돌아가는 비민주적인 구조가 문제의 발단이었다고 지목했다.

교사들은 매년 계약을 갱신하는 체제이다 보니 직업적 안정성이 떨어지는데다, 명확한 재무·복무규정이 없어 문제를 제기할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또, 회계를 원장 지인이 맡고 원장 스스로가 유치원을 개인 업체로 인식하다보니 유치원 전체 모든 시스템이 원장 중심이었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사립 유치원 교사들의 권리나 법적 지위 등을 알기 위해 여러 기관에 문의했을 때 우리가 신고할 곳은 교육청이 아니라 노동부였다”며 “사립유치원이 말로만 교육기관이라는 것을 그 때 처음 실감했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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